일상 212

무얼까?

읽던 책을 다 끝내고 나니 새벽이다. 그냥 잠들수도 없다. 약을 두가지 먹기위해 기다려야 한다는게 참 씁쓸하다. 어느 여인의 자서전을 구해와서 정신없이 읽어내긴 했는데, 괜시리 우울한건 왜일까? 도서관에다 예약, 대기를 거쳐 두달만에 손에 넣어서, 어젯밤 몇장을 읽다가 잠들고 오늘 왼종일 그 책을 들고 씨름을 했다. 글씨도 작은데 두께가 만만치않은데, 읽는 자세를 연구까지 해야하는 몸으로 다 읽어낸 나에게 놀랍 다기보다 미묘한 이 느낌...... "그냥 좀 그러네?" 내 자신에게 한마디 해본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이 한편의 시! 호 수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지는 이 호숫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

일상 2023.08.21

뜨거운 햄버거를....

폭염속에서, 찻길가에 앉아 땀에 젖은채 햄버거를 후후 불어가며 빨리 먹어야 했다. 허기가 져서 어지러워 급히 찾아간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 내게 알바생이 일러준다. "전자렌지에 잠깐 돌려 드셔야되는데요?" 빨리 먹어야 하는데 햄버거는 내 취향이 아니지만 김밥한줄로는 모자라서 골라든 햄버거! 선반에 있는것들은 모두가 차가웠다. 먼저 김밥을 1분에 맞춰 데우고는 햄버거를 또 1분에 놓고 기다리는데 그 자그마한 편의점에서... "펑"하는 소리에 얼마나 놀랐는지, 이게 뭐야? 무슨 소리야? 그러면서 열었더니 빵봉지가 찢어져 벌려있다. 손에 집힌 빵은 뜨거웠고, 괜시리 알바생 눈치를 보며 "미안해요" 소리가 먼저 나오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던 내게 그알바생이 하는말이 너무 이쁘다. 정말로 겸손하게 내게 절까..

일상 2023.08.20

실타래

무명실타래를 내 손목에 걸쳐놓고 엄마는 도란도란 얘기를 하면서 내 표정을 살펴야 했을까? 빠르게 열심히 엄마손에 실뭉치가 쥐어지면, 실감기가 끝나면 나는 "에고..." 하면서 누워버리면서 엄살을 부리고, 엄마는 내 두 팔을 꼭꼭 주물러주었었다. 그 때가 참 좋았었다. 오늘밤 나는 두 무릎에 매듭실을 걸쳐놓고 조심조심 한바퀴씩 돌려 감으며 엄마생각에 푹 빠졌다. 그 누런 무명실은 타래가 무척 두툼하고 감는것이 힘들거라는 생각과, 엄마가 멀리까지 한참을 걸어서 장날 큰 장에서 구해온거지 싶어서, 어린마음에도 엄마걱정을 했었다. 버스도 없고 무조건 걸어야 했던 그 시골은! 학교도 시장도 기차역도 무조건 걷는것이 모두들 당연했었다. 도시에 살다가 이사를 가서 국민학교 졸업장을 받던 딱 2년동안의 그 시절은 내게..

일상 2023.08.19

그의 눈빛

스스로에게 "화려한 외출" 이라며 도서관에서 좋은 하루를 보내면서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며, 아주 옛날의 배우의 눈빛에 빠져버렸다. 보다보니, 처음 보았던 그 영화에서 같은 감정을 품었던 일이 떠올라서 신기하기도 하면서.... 결혼전에 보았으니 얼마나 오랜 세월을 보내고 접한 걸까? 사람의 감성은 결국은 같은 흐름이고, 같은 이유로 배우를, 영화를 극찬해서 명화라고 이름붙여 주는게 아닐까 싶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시작으로 3주에 한번씩 즐기는 영화로 스스로 열심이면서, 이렇게라도 자신을 추스리는 내가 쓸쓸해진다. 얼마나 아름 답고 얼마나 경이로운 이 세상을 살면서도 나는 겨우 이만큼의 기회를 잡는다. 도서관에서 흠뻑 빠졌다가 집으로 향할때, 그 3개의 계단을 내려설때의 긴장감이 매번 속상..

일상 2023.07.30

내일은....

점심을 걸르고 땀흘리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내일을 위해서 아주 열심히 책 반권을 필사하고 나니 저녁이다. 좋은 책은 그 가치를 발한다. 저절로 작가탐방을 해보니, 역시나..... 시간이 아깝거나, 힘든지도 모를만큼 뿌듯하다. 시간이 귀하고 아깝고 그런데, 오늘은 잠깐의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보냈지만 얻은것이 많고 충만감? 같은것이 느껴진다. 내일은 가여운 내가 설레면서 나서는 화려한 외출이다. 현관앞에다 얌전히 책들을 내놓고 나니,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오죽하면 가여웁다고 나를 칭할까? 서울을 포기한지 오래고, 도서관 나들이에 만족하고 있다니... 내일은 무슨 명화를 선택해서 볼까? 하며 기대가 된다. 하루를 온전히 선물받는 느낌으로 보낸다. 밤 10시까진 채우기가 민망한건! 두 직원이 유난히도 나..

일상 2023.07.29

다시 .....

베란다 에서 보물들을 찾아내다니.... 아직 내가 설레는 일을 할 수 있는 재료들이 이렇게 숨어 있었다니! 내용물을 표기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일부는 거실에 또 하나의 작업대에다 우선적으로 하고 싶은 재료들을 차려놓고 나니 그 설레는 가슴과 뿌듯함! 내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가를 보여주는 자료들이 나를 올려다보며 화이팅을 해주는듯 싶었다. 단지 베란다를 깔끔하게 치우자고 시작한 일이 나에게 일거리를 주고 희망을 준다. 아마도 내 남은 시간을 꽉 채워줄만큼.... 위기에서 얻은 기회다. "옛것" 내가 좋아하는 그 옛것들의 집합소가 되리라. 무섭게 아프면서 무섭게 몸을 혹사시키면서 힘들었던 7월의 끝자락에서 내게 안겨진 선물이 아닐까? 올해의 7월은 정말 가혹했다. 생일이 들어있는 이 7월에 악재가..

일상 2023.07.27

눈감고 싶고 귀막고싶다

기이한 내 일과였다. 내가 읽어내는 책은 새벽이 오는데도 포기를 못하고 매달린다. 읽으면서 느끼는 숱한 느낌들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내일아침에 마저 읽어도 되지만, 그게 이렇게 어려울수가 없다. 새벽 2시를 10분 남기고 책장을 덮고는 거울을 본다. 내 손이 가 닿을 수 있는만큼의 온 몸을 한방파스와 물파스를 범벅을 하면서 읽어낸 오늘은 전쟁이었다. 4일후로 다가온 반납일안에 두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조급함. 그 날을 지켜야 오래전의 명화한편을 감상하는 화려한 나들이가 되니까 ! 내 일상은 내가 꾸려나가는 거고, 그 틈사이에 누려보는 영화감상이 고맙기 그지없다. 이미 내가 볼 영화들을 넉넉히 메모해서 지니고 있다. 내가 보여주면 얼른 꺼내주는 CD를 들고 4층 영화방에 가서 보는 그 명화 한편에서 ..

일상 2023.07.25

유행가

옛날에는, 불과 몇십년을 사이에 두고 구분짓던 장르가 있었다. 유행가, 가곡, 가요..... 특히 유행가라는 쪽으로 구분되어지던 노래는 부르는 가수까지 낮아지던 시절에 사람들은 오히려 그 유행가의 가사와 곡조에서 더 위로받고 품게되는 경향! "나는 그런 유행가는 잘 몰라. 좋아하지도 않고! 가곡이 더 좋지. 고상하니까." 그런 표현을 하면서 격이 좀 다른양 과시를 하던 사람들에게 일반 서민들은 언짢아하던 모습을 보면서 살았던 기억이다. 내 감정이 기울고, 뭉클하고 그것보다 유행가라는 말 자체가 경시되던 시절.... "운명이 나를 안고 살았나? 내가 운명을 안고 살았나? 구비구비 살아온 자욱 마다 가시밭길 서러운 내 인생! 다시 오라하면 나는 못가네. 마디마디 서러워서 나는 못가네. 지는해 떠나버린 내 사..

일상 2023.07.24

빗속을...

눈? 비? "비"를 좋아한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면서 살아왔다 그냥 비가 아니고 폭우를 좋아한다고, 무섭게 쏟아지는 엄청난 비를 좋아해서, 2년전에 4시간을 걷고 또 걸으면서 가슴이 뻥 뚫리는 경험을 했었는데, 그와 똑같은 경험은 이제 더 없을것으로 인정하는 이 몸으로 오늘!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 사람이 있다. 빗줄기의 굵기, 그리고 강약을, 하늘빛을 감상하며 길고 긴 드라이브를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충분히 행복하고 또 행복했었다. 이런 날이 올줄을 상상도 못하면서 적막한 내게 , 나를 위해 아주 먼곳에서 달려와주고 그냥 나를 태우고 내가 궁금해하는 이쁜 까페에 가서 이쁜식사와 꽃차를 취하도록 맛보여주곤,다시 집에 데려다주고 간 그는 지금의 내가 접할수 없는 특별한 하루를 안겨주었다...

일상 2023.07.12

감동? 행복?

감동? 행복? 그런데 슬픔이다. 전화한통에 내 가슴이 사정없이 요동치고, 한시간을 서성이면서 달래보다가 침대에 누워 심호흡까지 할만큼 오늘밤 나는 어이없이 흔들린다. 왜? 라고 묻는다면 "몰라!" 그러면서 돌아서며 울어버릴것 같이 복잡하다. 나는 눈물에 너무나 인색하게 살아왔는데, 지금도 그 눈물은 없다. 그냥 가슴이 너무 아프다. 이며칠, 아니 이즈음의 나는 감당이 안되는 악재가 연이어 덮쳐오고 그걸 이겨내느라, 이를 악물고 견뎌내고 있던 중이다. 오늘은 너무 가슴차오르는 슬픔같은것을 입술을 깨물며 삼켜내던 중이었다. 이런 악재를 이겨내며 구태어 살아내야 할 이유가 있는가 하는 회의에 빠져 몸에 힘이 다 빠져버린듯 했던 그 순간에 전화벨소리! 딸처럼 이뻐하며 정을 주는 "숙"이다. 그녀의 다정하고도 흥..

일상 202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