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모음 157

매화

내 벗이 다섯이니 소나무,국화 매화, 대나무, 연꽃이라 이들하고 담담하게 사귀는 일 질리지 않지. 매군이 특히나 나를 좋아해서 모임에 초대하니 두말없이 왔었지. 나 또한 그리운 마음 잊지 못해 새벽이고 저녁이고 몇 번이나 찾아갔지. 안개를 머금으면 차갑고 적막한데, 연못가에서는 맑고도 담담하지. 화사한 온갖 꽃들 넘쳐나는 날 맑고 순결한 그 모습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고 술잔 속의 달을 마시는 자리에 나설망정 꽃을 파는 지게 위에 오르려 할까? 은밀한 우정을 시로 읊으니 야광주가 어둠 속에 빛나듯 하네. 정신이 서로를 밝게 비추는 그 세계를 세속의 사람들은 분명 엿보기가 어려우리.

매화모음 2023.04.28

! 5ㅡ1

아침나절 산 너머로 봄을 찾아 나섰더니 산에 일찍 핀 꽃들이 비단 쌓인 듯 눈에 들어오고 그런데 놀랍게도 움막속의 대나무는 시들어 있고 아직 꽃 피우지 못한 매화나무만 애처롭게 어루만진다. 성긴 꽃잎은 바람에 뒤집혀 나풀대며 찢어졌으리라. 모진 마디는 비를 만나 사납게 꺽이었으리라. 지난해 약속했던 친구가 오늘도 오지 않으니 마음속에 넘치는 맑은 시를 애써 억누르기 어렵다.

매화모음 2023.03.19

매화 홀로 지다

법문이 끝나기 전에 매화 홀로 지고 있었다. 전설 위로 떨어지는 무심한 풍경소리에 한 순간 환희의 추억 허공에서 지워내네. 불이의 세상 밖으로 그리운 길을 가듯 다가설수록 떨어지는 적열의 가지 끝에 우주의 불씨 그 하나 쓸쓸히 남겨 두었다. 아무데나 피고 어디서도 피지 않는 못다 부른 노래처럼 저문 땅에 홀로 남아 태양의 말을 전하며 매화 홀로 지고 있었다. -- 민병도 --

매화모음 202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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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여! 너는 고고하여 외로운 산에 알맞은데 번잡한 세상으로 어찌하여 이사를 왔나? 필경에는 너 또한 이름 때문에 그르칠 수도 있으니 이틈에 시달리는 이 노인네 너무 무시하지는 말아라. 봄을 맞은 매화송이 찬 기운을 뻗고 있다. 한 가지 꺽어다가 창문 가에서 서로 마주 본다. 산중 밖 아득한 친구 잊지 못해라. 시들어가는 하늘의 향기를 혼자 보기 어렵구나.

매화모음 2023.03.14

매화모음 1

나는 임포가 변신한 신선이요. 그대는 하늘의 신선이 변신하여 요동 땅으로 내려온 학이라네. 서로 만나 웃는 것도 하늘이 들어준 것이니 양양의 옛 일로 비교하려 하지 마오. 도산서당에 가보지도 못하고 해가 바뀌었는데 산골엔 주인 없어도 봄이 절로 찾아왔다 온갖 붉은 꽃들이 나를 반겨 마음이 흥겨웠는데 유독 한 그루 어여쁜 흰 매화에 더더욱 마음이 쏠린다. 병석에서 일어나니 꽃 피는 시절이 너무 좋구나. 시 한 수 읊조리니 한낮의 바람이 더욱 상쾌하다. 강가의 누각에 홀로 한가하게 올라앉아 하늘 우러르고 땅을 굽어보니 감흥이 절로 이는구나. 나는 속세에서 외로운 산을 그리워하고 그대는 객지에서 산속에 들어가 살기를 꿈꾸니 서로 만나 웃음 짓는 것도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지 학과 함께 살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으..

매화모음 2023.03.13

매화

1. 해 저물어 봄바람 미친 듯 불어대어 화사한 꽃잎들이 이리저리 흩날린다. 정녕코 봄이 신에게 바람이 신에게 옥골의 신선은 흔들지 말게 하라. 2. 꽃송이가 하나만 등졌어도 이상한데 어찌하여 매달려서 거꾸로만 피었나? 그 덕분에 꽃 아래서 고개 들어 바로보니 하나같이 제 속을 열어 보여주네 3. 병든 뒤로 술잔과 멀어진 지 오래인데 오늘은 매화 옆에 술 한 병을 준비한다. 들에 우는 새야 너무 다정하게 울려고 하지 말아라. 맑은 밤에 마고선녀를 기다리려 하느니

매화모음 2023.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