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벗이 다섯이니 소나무,국화 매화, 대나무, 연꽃이라 이들하고 담담하게 사귀는 일 질리지 않지. 매군이 특히나 나를 좋아해서 모임에 초대하니 두말없이 왔었지. 나 또한 그리운 마음 잊지 못해 새벽이고 저녁이고 몇 번이나 찾아갔지. 안개를 머금으면 차갑고 적막한데, 연못가에서는 맑고도 담담하지. 화사한 온갖 꽃들 넘쳐나는 날 맑고 순결한 그 모습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고 술잔 속의 달을 마시는 자리에 나설망정 꽃을 파는 지게 위에 오르려 할까? 은밀한 우정을 시로 읊으니 야광주가 어둠 속에 빛나듯 하네. 정신이 서로를 밝게 비추는 그 세계를 세속의 사람들은 분명 엿보기가 어려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