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실타래를 내 손목에 걸쳐놓고 엄마는 도란도란 얘기를 하면서 내 표정을
살펴야 했을까? 빠르게 열심히 엄마손에 실뭉치가 쥐어지면, 실감기가 끝나면
나는 "에고..." 하면서 누워버리면서 엄살을 부리고, 엄마는 내 두 팔을 꼭꼭
주물러주었었다. 그 때가 참 좋았었다. 오늘밤 나는 두 무릎에 매듭실을 걸쳐놓고
조심조심 한바퀴씩 돌려 감으며 엄마생각에 푹 빠졌다. 그 누런 무명실은 타래가
무척 두툼하고 감는것이 힘들거라는 생각과, 엄마가 멀리까지 한참을 걸어서
장날 큰 장에서 구해온거지 싶어서, 어린마음에도 엄마걱정을 했었다. 버스도 없고
무조건 걸어야 했던 그 시골은! 학교도 시장도 기차역도 무조건 걷는것이 모두들
당연했었다. 도시에 살다가 이사를 가서 국민학교 졸업장을 받던 딱 2년동안의
그 시절은 내게 정말 많은 추억을 안겨주었다. 왜 그렇게 울었던지 흑백사진안의
내 모습은 눈이 퉁퉁부어 있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드리옵니다......" 이어지는 우리졸업생들은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교실아.....
그 귀절을 부르면서도 훌쩍훌쩍거리던 그 감성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 시절로 돌아가면 그 순수함이 느껴질까? 그립다. 애틋하다. 모든 정경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