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강가에 핀 봄꽃 내 마음 흔들어 놓아 그 아름다움 말해줄 데 없어 미칠것 같네. 남쪽마을 술 친구 찾아 허겁지겁 달려갔더니 열흘 전 술 마시러 나가고 빈 침상만 홀로 있네. 시조 1 2022.04.23
봄바람 강나루 돌아드니 물오른 풀빛 위에 볕바른 고살길의 맘 밝은 사람들께 녹녹히 뿌리는 햇살 한 복판은 참, 쥑인다. 눈으로 소리듣고 귀로는 짓을 보는 바람아 봄바람아 풀리는 노래로 오라 더불어 우리 나래로 훨훨 날자 아, 쥑인다. 시조 1 2022.04.22
녹채. 사슴울짱 (왕유) 빈 사람 아니 보이고 두런두런 말소리만 들린다. 부르고 부르고 석양빛 반사되어 깊은 산속으로 들어와 다시 푸른 이끼 위를 비추는구나. 시조 1 2022.04.18
춘정 ( 春 情 ) "1" 춘삼월 초록 속살 햇볕에 자오록하니 채소밭 풋내음과 들녘의 아지랑이 봄소식 치천금 (値千金)이라 싱숭생숭 들뜬다 "2" 보릿가을 하고 나니 봄 장미 촐촐하다 봄날의 우레만나 귀 막고 누워보니 봄꿈에 허둥대노라 산을 베고 앓는다 "3" 보춘화 (報春化) 활활 피자 새 옷으로 갈아입고 밤 마실 나들이길 걸음걸음 봄꿩 소리 달 아래 꽃놀이 한 마당 끊임없이 달뜬다 시조 1 2022.04.17
묘묘한산도 ( 당나라 시승 한산 ) 그윽하고 아득 한산의 길 텅 빈 산골짝 냇가 짹짹 새는 언제나 지저귀는데 고요한 산속 사람 하나 없다 쏴쏴 불어오는 바람 얼굴에 스치고 펑펑 날리는 눈발 몸에 쌓인다 아침마다 해도 안 보이니, 해마다 봄을 모르고 사노라 시조 1 2022.04.17
기다리는 봄 과묵한 겨울 산이 잔설을 머리에 이고 떨리는 마디마디 속속들이 아프지만 악물고 기다리는 봄 떡잎에서 파릇하다 양지의 여린 바람 울밑의 고운 흙 살 천체의 운행은 나른한 하품인가 더디다 못내 타박 뿐 따사로이 반기네 시조 1 2022.04.14
네 계절 봄 가랑비 꽃밭에서 살기로 마음먹다 당신의 소근거림에 마음이 열리는데 싱싱한 초록빛에서 붉은 속살 풀어놓다. 여름 구름꽃 하얀 대낮 걸어서 들녘가다 풀숲을 스치는 바람 냇물의 출렁거림 당신의 온갖 몸짓을 떨림으로 머금다. 가을 산빛은 훨훨 타는 당신의 붉은 순정 나뭇잎 옥구르는 그 소리 깊이 스며 그리움 절절히 담고 속울음을 뿌리다. 겨울 찬 기운 성긴 숲에 바람결 어리누나 눈 내린 뒷동산에서 작은 새 깃을 턴다 당신의 하이얀 자락 덮어쓰고 눕다. 시조 1 2022.04.13
예쁜 생명 되려마 복사꽃잎 구르는 걸 보면서 떠났는가 봄날이 텅텅 비어 눈물보 물고 트고 울어도 다시 울어도 홀로 덮은 황토뿐 누구나 불현듯이 가는 게 당연한가 긴 세월 아까워서 말라버린 애간장을 나는야 가슴에 묻고 허둥대는 그리움 자운영 둔덕길을 어깨동무 넘나들며 질 곱게 맺은 우정 꽃씨로 품어다가 꽃밭에 가득 뛰어들어 이쁜 생명 되려마 시조 1 2022.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