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야 산장
그게 시월의 밤이다. 그냥 오늘은 점만 찍을란다. 어둠에 묻힌 상상봉에 발자욱을 찍었다. 하늘에 닿았다. 땅이 내려다 뵌다. 바람은 차지만 상큼하다. 가슴이 뚫린다. 귀는 멍멍하다. 가녀린 가지 목이 애달프다. 홀 벗은 고목이 존경해진다. 조그만 내가 부끄럽기만 하다. 여기저기서 함성이 들린다. 역사의 함성, 세월의 함성. 더 작아진 자신을 본다. 떠벅떠벅 발길을 내민다. 부끄럼도 작아짐도 날아간다. 꼭데기 봉도 안 뵌다. 난 다시 산다 염치도 없이 부끄럼도 모르고 사람은 참 작다. 그래도 씩씩하게 간다. 뭔 줄도 모르고 자기 수련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