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1

추야 산장

이슬과 노을 2022. 4. 28. 00:24

그게 시월의 밤이다.

그냥 오늘은 점만 찍을란다.

어둠에 묻힌 상상봉에 발자욱을 찍었다.

 

하늘에 닿았다.

땅이 내려다 뵌다.

바람은 차지만 상큼하다.

가슴이 뚫린다. 귀는 멍멍하다.

 

가녀린 가지 목이 애달프다.

홀 벗은 고목이 존경해진다.

조그만 내가 부끄럽기만 하다.

여기저기서 함성이 들린다.

역사의 함성, 세월의 함성.

 

더 작아진 자신을 본다.

떠벅떠벅 발길을 내민다.

부끄럼도 작아짐도 날아간다.

꼭데기 봉도 안 뵌다.

난 다시 산다

염치도 없이 부끄럼도 모르고

 

사람은 참 작다.

그래도 씩씩하게 간다.

뭔 줄도 모르고

자기 수련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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