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반납일이라 찾은, 도서관에서 대뜸 영화부터 보고싶다고 하면서 마침
그 자리에 있던 남자직원에게 "나 기억하죠?" 하는 내게 "그럼요"하면서
안내를 하던 그 청년은 나를 근사한 패밀리 룸으로 데려가 내가 고른 영화
를 틀어주고 헤드폰까지 씌워주고 나갔다. 마침 그 곳에 컴들을 교체하느라
모두 비워있고 한켠에 근사한 그방만 컴이 있다며 설명까지 하고 나가는데
"아니 이런 일도 있어?" 하며 고맙기 그지없었다. 아침일찍 나와서 침부터
맞고 볼일을 본후여서 몸이 녹초가 되어있었기에 고마울수 밖에...
커다란 방에 빙둘러져있는 소파에 파묻혀서 본, 고흐의 일생은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상식을 넘어 너무나 쓸쓸했다. 웬지 그사람에게 관심이
많았지만, 막상 대하고 보니 복잡한 심사! 세상사람들은 과연 그 해바라기
작품과 함께 그 작가에게 집중하는 이유는 이렇게 복잡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몇명은 내 취향까지 알고 있다. "아주 옛날 명작들을 찾으시죠?"
그곳에서 나는 허기를 달래듯 위로받곤 하는데, 오늘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었지만 2층에 내려와서 책들을 골라 도서관을 나서는데
웬 남자가 말을 건넨다. "오늘은 일찍 가시네요. 조심해서 살펴가세요"
쳐다보니 아마도 경비원 같았다. 8시가 다된 시간에 그런인사를 하는게
불쾌했지만 참기로 했다. 설레면서 고흐를 택했고, 그리곤 마음이 아픈
데 "내 탓이야" 그러는게 맞는것 같은 기분이었다. 서둘러 들른 농협에선
"8시에 문닫는데요"란다. 우유가 당장 급하니 서둘러서 고르고, 봉투
까지 챙겨나와 택시를 불러놓고서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 무의식중에
쭈구리고 앉을번하다가 참아야 하는 내 몸! 쭈그리고 앉으려다 깜짝
놀라서 몸을 세우는 일이 잦은데 오늘은 눈물이 날것 같았다. 힘들다고
잠깐 앉아볼수도 없이 긴장하고 자세를 고쳐야 하는게 속상하고, 그러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아프다. 3주에 한번 찾는 도서관에서 나는 참 뿌듯
하게 명화도 보고 휴계실에서 빵으로 요기를 하면서 충만한 시간을 가진다.
이게 내가 누리는 호사일까? 내 시간은 내가 조절하고 즐기는거라고 달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