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알 수 없는 게 사람의 감정일까? 어제가 있어서 오늘의 내가 얻은 것은
맑은 마음과 평화로움 속에서 내 일을 해낸 이 뿌듯함이 참으로 신기하다.
초긴장을 해야하는 이 섬세한 섬유작업은, 25년의 세월속에서 정말 대단한
일을 펼쳐놓고는 내가 다시 시도할 수는 없는 마지막 작품이라고 다그치면서
매일이 전쟁이었었다. 거실한복판에 빨래 건조대를 세워놓고 조심스레 펼쳐서
덮어놓고 요리조리 살펴보는 내 모습이 연상되어 혼자 웃어본다.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는지 결국 계획했던 싸이즈의 1.5배로 확대해서 몸을 혹사시키지만 후회
는 없다. "그래, 이제 내가 이런 무리를 할 체력도 안될테고, 열정도 불가능할거
니까 내 삶의 마지막 대형작품으로 완성하자!"
파스를 찾으러 방에 들어가보니 어젯밤에 켜놓은 전기장판이 그대로 켜진상태다.
침대가 따끈따끈하면서도 과열상태는 아닌걸 보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왼종일
방에 들어가보지도 않고, 만 하루가 되도록 쉬지않고 일을 하다니... 시계를 봐
가며 잠깐씩 허리를 펴야하던 내가 무섭게 돌변했었구나 싶어서 또 웃는다.
허리에,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도 마음은 뿌듯함!
"일을 즐기면 삶이 즐겁다( 일을 즐기면 완성도가높아진다)" --아리스토텔레스--
하필이면 오늘 내가 블로거에 올린 "명언" 첫줄이다.
나에게 삶이 즐거울일은 없겠지만, 오늘만큼은 이 특별한 느낌을 소중히 껴안고싶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이 작업에만 올인하면서 내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자.
아니, 도서관 책은 함께 해야겠지만!
한 여인으로 인해 도를 넘는 내 마음의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났기에 찾은 평화
였을까! 얼굴도 모르지만 혼자 마음으로 사과를 했었다. 내가 무얼 안다고 감히
그랬을까? 23년의 세월을 간병하는 일을 해낸 그녀에게, 나는 얼만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