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혼란

이슬과 노을 2023. 6. 1. 00:30

만 하루전에, 이 시간에 나는 마지막일지 모르는 통화를 했고, 지금 이순간

까지 혼란 그 자체로 몸을 가누기도 힘들다. 하필이면 도서관책을 반납해야

하는지라 그 약속은 지켜야했고, 그곳에서 나는7시간넘게 머무르면서 혼란,

혼란, 그리고 어디라도 바닥에 몸을 누이고 싶을만큼 힘들었다. 도착하자

마자 곧장 4층에서 영화한편을 보았지만 제대로 집중할수도 없이  어지럽고 

졸리고....  그래도 곧장 집에 가서 쉰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2층에서 날이

저물때까지 공연한 씨름을 하면서 물을 마셔대고 땀을 닦으며 희미해지는

의식을 붙잡던 그 고집은 무엇이었을까? 겨우 집에 돌아와 쓰러진채 몇시간

의 잠에 빠졌고, 그러고도 여전히 컨디션은 억망이다. 어젯밤의 언니음성!

조용한 치매고, 사람을 알아보는일도 어렵고, 중환자로 간호실 앞에 마련된

특수공간에서 감시를 한다는 이야기때문에 3년을 통화도 못했는데, 어제는

기어이 통화를 해보겠다고 벼르고 전화를 했는데, 이런게 기적인가? 우연의

일치로 주어진 기회를 잡은것인지, 전화받는 언니는 믿을수 없이 맑았다.

아주 정상이었고, 게다가 전화해줘서 고맙다며  내가 말하는 사랑해 소리에도

같이 표현하는 상대에게 내 가슴은 얼마나 뛰고 기막힌지, 믿어도 되는건지,

갑자기 "니가 누구고?"할까봐 겁이나서 통화를 더 이어나가기도 겁이나서

서둘러 끊고 말았다. 작은언니도 많이 놀라워했다. 기적이라는 말이 맞는듯

싶고 조카가 의사로부터 들은 얘기때문에 우리는 거의 긴장상태로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과 체념상태에서 마주한 환자의 맑은정신! 그런데 나는 왜 지금

이순간까지 이렇게 혼란스럽기만 하고 불길한 생각만 드는건지.....

엄마의 긴 간병을 5자매가 교대로 지키면서 마지막순간을 혼자 가시게 하면

안된다며 서로 다짐하던 때도 이렇게 아프진 않았다. 역이민을 한 입장이라

두달씩 오가면서 밤당번을 하던 나는 이런 경험은 없었다. 언니의 상태는

너무나 심한채 3년을 불안하게 버텨내는 그 사실이 모두를 아프게 한다.

이별이란 누구에게나 가혹한 것인줄 알지만, 지켜보는 우리들도 이미

나이듦에 길들어가고 있으면서 강한 의지와 의연한 태도를 지켜내기도

어렵다. 그냥 오늘 내가 한 행동에 스스로 매정했음을 느낀다. 책반납을

지키고 영화한편까지 보면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해도 휘청거려지는 

몸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아, 나는 이렇게 멀쩡하게 내 일상을 지켜내는

매정한 동생이구나" 하는 감정이 깔려있어서 그렇게 힘들었구나 싶다.

누구나 피해가지 못하는 "이별" 이라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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