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러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눈을 감고 상상속의 무한지대에 버려진듯
아주 미친듯이 일을 하는 오늘의 나는 그야말로 제어불능이었다.
오늘은 꼭 끝내야만 한다는 듯이 목표달성을 하고, 쳐지지도 않고 블로거를 하고
그리고 나와의 대화가 필요하다며 허리를 곧추세우고 컴을 두드린다.
아무도, 그 무엇도 대상이 없는, 내가 택하는것은 나자신! 그리고 독백이고
일상이고 글쓰기라고 나를 달래주고 싶다. 내가 너무 가여워서! 너무 가슴아파서
나를 달래주지않고는 잠자리에 들 수가 없다. 그렇다고 밤잠을 설쳐서는 안된다.
몇시간이라도 잠을 자야, 내일아침 극기운동을 하듯이 침을 맞으러가고, 그리곤
서울, 종로5가를 가야할지, 집으로 와야 할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 내 욕심은
이미 절정에 달해서 내일 직접가서 원단을 사오고 싶은거다. 직접 색상선택에
기를 쓰고 매달려야 하니까! 이 작품은 색상선택에 실수다. 좀 더 확실하게 머리
를 짜내며 색상선택을 해야한다. 마음에 안들어 제껴둔 천들이 눈에 거슬려 버리
고싶다. 17개의 나무계단을 한계단씩 올라가야 하는 그 입구가 무서워서 내려갈
때만이라도 도움을 청해서 내려간다. 응석부리듯이 젊은이손에 매달려 내려간다.
몇번 그러니까 내 볼일이 끝나고 나설때면, 얼른 나를 부축해서 내려가준다.
정말 내 체면이 구겨지고 억망이 되도록 나는 비굴해져야 한다. 이게 아닌데 싶은
순간들이 얼마나 많아야 하는가! 정확히 23년 단골인 그집은 꼬박 서서 매달려
고민을 하는 시간이 길다. 도마도쥬스한잔이 얼른 나를 위로해준다. 큰 단골도
아니면서 받는 대접은 괴롭다. 그나마 그 여사장은 푸근하고 인간적이고 지키고
싶은 친구다. 남편이 떠난 빈집에서 집이 안팔려 어쩔수없이 혼자 지내던 그
4개월의 시간에 나는 내가 아니었다. 모든 관계를 미련없이 끊어버리고 잠적
하고 10년을 살면서 뼈저리게 느껴야하는 자각! 이게 아닌데... 하는 그런
느낌들이 너무나 무겁다. 9년만에 마주치고 이어진 우정을 매섭게 잘라냈다.
두어달을 인내하다가 내가! 바로 내가 던진 한마디!
"얘! 우리 그냥 각자 살던 방식대로 살아가자." 그러면서 끊으려는 전화에다
다급하게 친구가 그랬다. " 그럼 일주일에 한번만 전화할께..." 나는 말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내 머리가 폭발할것 같아서 그것이 최선이었다.
반년을 지나고 있는데 가끔 떠오르는 그 기억은 참으로 미묘하지만, 후회같은
것은 없어야 한다고 마음을 굳혔다. 남편의 흔적이 있는 곳에서 나오면서
무소유를 운운하는것도 아니면서 다 버리다시피 자유롭게 떠나왔는데, 내가
무엇에도 휘둘리지않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서 일에 빠져가고 있는 나를 화이팅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