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높새바람 부는 밤

이슬과 노을 2023. 3. 19. 23:10

높새바람 불어오니 무화과 나무

비틀린 가지를 뱀처럼 다시 비틀며  흔들리고

보름달은 고독한 축제를 벌이려고

앙상한 산맥 위로 떠올라 그림자들로 공간에 혼을 불어넣으며,

미끄러지는 구름 떼들 사이에서

꿈꾸듯 혼잣말로 호수 골짜기 위의 밤에

마법을 걸어 영혼의 초상화 겸 詩로 만드니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음악이 깨어나네.

영혼은 절박한 그리움에 붙잡혀 일어나서

스스로 젊다 느끼고 넘쳐 흐르는 삶으로 돌아가리를 열망하여

운명과 싸우면서 제게 무엇이 부족한지 헤아려보고

노래들을 웅얼거리며 행복의 꿈으로 장난치네.

 

한번 더 시작하고 싶어, 한번 더 머나먼 청춘의 뜨거운

힘들에게 차가워진 오늘로 돌아오라 부르고 싶어.

방랑하고 구애하고 싶어 떠도는 소망들의

어두운 종소리가 별들에게까지 울려 퍼진다.

망설이면서 나는 창문을 닫고 촛불을 켜고

베개가 희미하게 빛나며 기다리는 것을 본다.

밖에서는 온 세상과 불어가는 구름들의 詩를 둘러싼 달이

높새바람 부는 저 은빛 정원을 생동하게 한다는 걸 알지만

천천히 익숙한 것들로 돌아와서

잠들 때까지 내 청춘의 노래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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