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시든 잎들이 냄새를 심하게 풍긴다.
밀밭은 수확이 끝나서 텅 비어 있다.
다시 한번 폭풍우가 불면
지쳐 있는 여름의 목덜미가 꺾여 버릴 것이다.
금잠화의 깍지가 여물어서 터진다.
오늘 우리가 손에 쥐고 있다고 여기는 것 모두가
갑자기 멀리 전설적인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꽃이라는 꽃이 모두 이상하게 갈피를 못 잡는다.
놀란 마음속에 소원 하나가 불안스레 싹튼다.
지나치게 생존에 집착하지 말기를
나무처럼 마르는 것을 체험하기를
가을에도 기쁨과 색채가 있기를 바라는 소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