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일찍 온 가을

이슬과 노을 2022. 10. 27. 23:38

벌써 시든 잎들이 냄새를 심하게 풍긴다.

밀밭은 수확이 끝나서 텅 비어 있다.

다시 한번 폭풍우가 불면

지쳐 있는 여름의 목덜미가 꺾여 버릴 것이다.

금잠화의 깍지가  여물어서 터진다.

오늘 우리가 손에 쥐고 있다고 여기는 것 모두가

갑자기 멀리 전설적인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꽃이라는 꽃이 모두 이상하게 갈피를 못 잡는다.

놀란 마음속에 소원 하나가 불안스레 싹튼다.

지나치게 생존에 집착하지 말기를

나무처럼 마르는 것을 체험하기를

가을에도 기쁨과 색채가  있기를 바라는 소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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