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길 봉우리 위에 돌길이 뻗었는데
올라 보니 내 정을 이기지 못하게 하네.
푸른 산은 부여국에 번득이고
누른 잎은 백제성에 어지럽네.
9월의 높은 바람이 나그네를 시름겹게 하는데
백 년 인생 호탕한 기개가 서생을 그르쳤네.
하늘 끝에 해가 져서 뜬 구름이 모였기에
쓸쓸하다. 서울을 바라볼 길이 없구나. --정몽주--
홍무 정사년 일본으로 사신 가서
수국에 봄빛이 일렁이는데
하늘가 나그네 돌아가지 못하네.
풀은 천 리에 이어져 푸른데
달은 두 고을에 함께 밝구나.
유세하느라 황금을 소진하였는데
돌아갈 생각에 백발만 돋아나네.
사방을 떠도는 남아의 큰 뜻은
공명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네.
평생 남과 북으로 떠다녀
심사가 점점 뒤틀리는 것을,
고국은 바다 서쪽에 있는데
외로운 배는 하늘가에 있다네.
매화 핀 창가에 봄빛이 이른데
판잣집에는 빗소리가 요란하다.
홀로 앉아 긴긴 날을 보내니
어찌 집 생각 괴롭지 않겠나?
--정몽주--
봄
봄비 가늘어 방울을 짓지 못하니
한밤에야 희미한 소리 들린다
눈 녹아 남쪽 개울물 불어나리니
풀싹은 얼마만큼 돋아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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