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서
찬 구름 속의 고목,
소나기 희뿌연 가을 산.
저물녘 강에 풍랑이 일어,
어부가 급히 배를 돌리네.
--김득신--
강가의 정자에서.....
강에는 해가 늦도록 돋지 않고
아득히 십 리에 안개가 자욱하네.
부드럽게 노 젓는 소리만 들릴 뿐
배 가는 곳은 보이지 않네.
--강극선-- (강가의 정자에서 아침에 일어나 우연히 읊조리다)
새로 내린 눈
아스라한 세모의 하늘 첫눈이 산천을 뒤덮었네.
새들은 산속의 나무를 잃었고 스님은 돌 위의 샘물을 찾네.
굶주린 까마귀 들 밖에서 우짖는데 언 버드나무 시냇가에 누워 있네.
어디에 인가가 있는지 먼 숲에서 흰 연기 일어나네.
--이승인--
소상강의 밤비
한줄기 맑은 물결 양쪽 언덕은 가을빛
바람이 가랑비를 불어 가는 배를 씻네.
밤 들어 강가 대숲에 배를 대노라니
잎새마다 찬 소리 모두 근심일래라.
--이인로--
고기잡이 배
갈대밭에 바람 불어 눈이 허공에 가득한데
술 사러 갔다 와서 작은 배를 매어 두었네
비껴 부는 젓대 소리, 훤한 강물 위의 달빛
자던 새가 물가의 안개 속을 날아오르네.
--고경명--
우뚝 솟은 높은 봉
우뚝 솟은 높은 봉이 북극성에 닿았고
한양의 빼어난 경관은 하늘이 절로 연 것이라.
산들은 넓은 들판을 발판 삼아 삼각산을 받들고
바다는 긴 강을 끌어 오대산에서 나왔다.
--태조--
부채
바람 부는 의자에 기댈때 밝은 달이 생각나고
달 비치는 난간에서 읊조릴 때 맑은 바람 그립네.
절로 대를 깍아 둥근 부채 만드니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이 손바닥에 있구나.
--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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