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사뿐 비단 버선 신은 여인네,
겹문으로 들어가자 자취가 묘연하여라.
오직 다정한 잔설만 남아 있어
신발 자국 또렷이 담장 가에 찍혀 있네.
--강세황--
평양갑절
봄날 성에는 꽃 지고 잔디는 파릇한데
예부터 고운 넋들 여기에 살고 있네.
인간들의 정겨운 말 어찌 끝이 있으랴만
죽더라도 완사계에 빠져 죽고 싶다 하네.
--박제가--
부벽루에서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한 조각 달빛 아래 성은 텅 비었는데
천년의 구름 아래 바위조차 늙었네.
기린마는 가서 돌아오지 않는데
동명왕은 어디에서 노니는가?
길게 휘파람 불며 바람 부는 돌길에 기대니
산은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른다.
--이색--
관서악부
하늘에 오르던 그 옛일을 돌은 알겠지
고도는 상전벽해 되었건만 사물은 그대로니,
성 아래 온 강 가득 달빛 밝은 밤인데
어찌하여 기린마는 다시 오지 않는가?
--신광수--
채련곡. (대동강 누신의 시에 차운하여)
연잎은 들쑥날쑥 연밥도 많은데
연꽃을 사이에 두고 아가씨들 노래하네.
돌아갈 때 짝과 횡당 어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애써 배를 저어 강물을 거슬러 오르네.
--이달--
대동강 물빛
감송정 돌아들어 대동강 바라보니
십 리에 뻗은 물빛고 만 겹 안개 속의 버들이 상하에 어리었다.
봄바람이 한시하여 화선을 비껴 보니
녹의홍상 비껴 앉아 섬섬옥수로 거문고를 뜯으며
호치단순으로 채련곡을 부르니
태을진인이 연엽주 타고 옥하수로 내리는 듯
설마라 나랏일에 소흘할 수 없다 한들 풍경에 어이하리
연광정 돌아들어 부벽루에 올라가니
능라도 방초와 금수산 연회는 봄빛은 자랑한다.
'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주 망경대에 올라서 (0) | 2022.06.04 |
---|---|
시 속의 그림, 그림 속의 시 (0) | 2022.06.03 |
말없이 헤어지고 (0) | 2022.06.01 |
새벽에 연안을 떠나며 (0) | 2022.05.31 |
소악부 (0) | 2022.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