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만남 ( 2013. 03. 20 )

이슬과 노을 2022. 10. 11. 00:53

친구들 말처럼 "방귀신 될라"  "앉은뱅이 될라" 

"도대체 그렇게 틀어박혀 무얼하니?"

그게 내 단점이고, 특징이고, 별명일만큼 나는 혼자있는게 그렇게도 좋다. 너무나도 좋다.

평화, 그 자체다. 비록 가슴이 출렁이는 갈등은 있지만, 아무튼 혼자있는 것에 집착한다.

날씨가 풀리면서 운동을 시작했다. 동네 약수터를 다녀오는 한적한 코스다.

아주 심한 중풍의 여인을 알게되고 친구가 되어서, 매일 내게 일깨움을 준다.

아주 편안하고, 나지막하게 좋은말을 참 많이해준다. 겨우 한살 나보다 위인데, 그녀는

10년의 차이가 나는만큼 세상을 달관한양, 너무나 평화롭게, 조용하게 말을 해서, 나로

하여금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힘이 있다. 그녀와 걸음을 맞추려면 아주 느리게 

걸어야 하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을만큼, 그녀에게는 흡입력이 있고, 설득력이 있고 , 

저절로 나도 조용하게 말을 하면서 같은 환자가 된양, 돌아오는 때는 나까지 평화로워지고,

차분해지고, 괜히 그녀가 마음에 든다.

이런 만남이 있을 줄이야......

오늘 내가 좀 늦게 나갔다가, 벌써 다녀가는 그녀를 마주쳤다.

눈에 들어오는 것! 빨간 루비귀걸이였다. 

보기좋고 의외라서 이쁘다며 만져보며, "항상 하고 다니세요. 집에 묵혀두면 뭘해요?" 내가 말했다.

살짝 얼굴이 붉어지며 하는 말이 여운을 남긴다. "괜히 오늘 좀 해보고 싶어서....."

지나는 사람들이 꼭 그녀를 주시하는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장애로 아주 힘들게 한발자국을 옮기면서 땅만

내려다보며 걷는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기는것! 그것이 고맙고 찡해서 나도 나지막한 소리로 보조를

맞추는데, 아쉬운 일은 이달말에 이사를 간다고 한다. 사생활을 전혀 물어보지 않는데도 듣기만해서 알게된건

그녀가 완전한 혼자며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산다는 것이다. 그 외로움, 그리고 정말 심한 증세, 아무도 가깝게

말을 나누지 않는다는 그녀가 나에겐 환하게 웃는다. 분홍색 잠바에 분홍색 야구모자! 빨간 보석귀걸이가 이뻤다.

내가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많이받고 혼자 있기를 고집하지만, 스스로 다가가고 싶게 만드는 그녀의 매력? 그것은

모두를 초월한듯한 편안함과 아주 조용한 말씨. 닮고 싶은 여인상이다. 아 참! 며칠전에 불쑥 내게 했던, 한마디말에

내가 붕떠 버렸다. "댁은 참 이뻐요. 귀여워요. 어찌 그리도 피부가 매끄러워요? 그 나이가 맞아요?" 걸음을 멈추고

나를 들여다보며 정색을 하는데, 잠깐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아서 오랫만에 산책길에서 큰 소리로 웃어보았다.

웃을일이 없었는데, 그날 그래서 핑계삼아 많이 웃었다. 그녀도 함께 웃어주었다. 손으로 입을 가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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