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짬뽕

이슬과 노을 2022. 8. 28. 01:37

영주권을 위해 일년에 두번씩 드나들면서, 언니집에 머물고, 그리고 갇힌 몸이 되어 두달을 채워야 했다.

아들은 항상 룸메이트가 있어서, 같이 있지를 못하니까 언니집에 있곤하는데, 그때마다 어떻게 알고는 교민들이

전화로 나를 불러낸다. "에구, 불쌍해라. 우리 사모님! 내가 바람 쐬어줄테니까 문앞에 나와 있어요."

그런다거나 "짬뽕 사줄게 나와요" 그렇게 빠지지 않고 꼭 불러내주는 분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울컥 목이 메이던것은,

같은 이민생활을 오래 해본 사이여서, 그분들이 어떻게 주말을 피해, 언니가 없는 주중에 시간을 빼면서까지 나를 챙기

는가를 내가 알기 때문에, 그 마음에 감동되지 않을 수 없다. 모두 궂은 일을 하며, 그 빠지는 하루는 주급에서 깍이는데....

보통성의가 아닌걸 내가 아는터라, 아이처럼 감사하며 대접을 받곤했다. 어설픈 사양을 하는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

했었다. 교민들이라면 으례 잘가는 그 중국집에서의 짬뽕은 모두의 단골메뉴였었다.물론 "언니에게는 비밀"이라고내게 못

박는다. 일요일날 교회나 성당미사가 끝나면 으례 그 짬뽕이 외식이고, 또 누군가의 집에서 차한잔을 한다. 나는 낯을 가려

전혀 어울리지 않다가 몇년이 지나고서야 함께 했다. 그렇게 편한 시간을 보내고 일어서야 할때, 모두들 한숨을 내쉰다.

"아이고, 이제 돌아가서 잠을 자야 내일 "일"을 가지!" 모두가 공감하는 표현이지만, 그말의 뉘앙스는 참 서글픈 것이었다. 

내가 역이민을 하고 두번씩 드나들때는, "누구 엄마" 가 아닌 "사모님'이라 부르던것은! 남편이 교사여서가 아닌, 그 "일"

을 안가도 된다는 이유였다. 농담처럼 하면서도 관심을 갖던 그들의 표정앞에서 정말 미안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그렇게

한숨쉬면서 집에 돌아가는 일요일저녁이었으니까!  그 "일" 이라는 표현은 참으로 복잡하고 우울한 것이었다.

성당에 나가면 나를 가운데 세워놓고 "뒤로 돌아, 앞으로!" 그렇게 나를 원숭이로 만들었고, 나도 그 분위기에 맞추려고 시키는 대로 했다. " 일 안다니고 편하게 사는 사모님 구경 좀 합시다. 옷도 이쁘고, 얼굴도 훤하고 참말로 부럽다 " 그런 소리를 하면서 옷을 만져보기도 하고, 허그도 해보면서 모두들 웃어본다. 신부님명령이 있으면 앞에 나가서 인사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내가 신기할 정도로 나는 그저 그 "일"을 안하고 사는 이유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지내다가 돌아올때는 공항에서 괜시리  전화로 인사도 했다.

"형님! 저 지금 공항이얘요. 건강하세요"   "아이구, 진짜 you는  웃기는 짬뽕이다. 나랑 짬뽕 한그릇도 안먹고 가는거야?

잘가소 고마!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면, 무슨 소리를 해도 정겹고 따뜻하다. 몰래 비밀이야기도 하고 상담도 하고, 그렇게

친했었는데..... 흑인동네에서 잡화점을 하면서 너무 바쁘게 사는 터라, 성당에서 인사만 하고 차일피일 미루었었는데.....

그 분은 코로나에 걸려서 남편과 하루간격으로 나란히 세상을 떠났다는 얘길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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