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이슬과 노을 2022. 3. 21. 02:06

이 방 안에 꽃들이 넘쳐나게 만개하고 있다.

프리지아 꽃들이 화분이 작아서  숨쉬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틀을 기다려야 3개쯤의 화분에 편안히 자리잡아 줄 수 있는데, 

옆동네 아파트단지의 수요장터에 가서 흙을 사다가 편안하게 나누어 심어야 하는데,

비집고 마구 꽃송이가 터지려고 한다.

이렇게 무리하게 심어서 건네준 아저씨가 섭섭해진다.

장터에서 가장 손님이 많고 장사가 잘 되는 꽃집, 

봄이 오고 있다고, 집안을 꾸미겠다고 밀려드는 손님을 부부가 감당하기 힘들어한다.

맞아! 봄이 오고 있긴한데, 강원도한켠에는 폭설이 내리고 여기는 비가 자꾸 내린다.

마치 내 모습같다. 아주 가여운 중증 장애자.....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은데, 보고싶은 책이 너무 많은데, 나는 지금 이 모습으로 살아내야 하니까

서울은 이제 영영 가 볼 수 없고, 지금 쓰는 워커가 일년쯤은 나를 지켜주고 다음 단계는 불확실하고.....

이 워커를 끌고 무리하게 나들이해서, 화분을 워커손잡이에 묶어 끌고와서 이 방안에 여기저기 꽃 화분이

조용히 내 곁에 있어준다. 그래서 이 3월은 꽃들과 잔치를 하고 산다.

잔인한 4월이 되어 다가오기 전에, 맘껏 호사하며 침묵으로 일관하는 내 일상에서, 저희들 나름대로 내게

말을 하고있을지도 모른다며 나도 자꾸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에구 이뻐라. 고마워 "

대장격인 동백꽃은 꽃망울이 40여개가 되는듯, 세어보다가 말았다. 그렇게 꽃망울인채로 내게 와서 며칠전

부터 터지기 시작해 나를 놀라게 해준다. 아주 야멸차서 터지지 않을줄 알았는데 어제부터 터트리기 시작이다.

정신이 나가는듯 하다. 감동? 견줄바가 아니다. 이런 느낌을 처음 가져보는것 같다.

주위 호위병들인 히야신스가 색갈별로 만개해있고 선반들에는 이집 주인들이 점쟎게 자리잡고 있다.

프리지아가 너무 작은 화분안에서 너무 많은 꽃송이들과 꽃망울들이 숨차하는듯, 보이는듯 해서 마음이 아프다.

20여개는 만개했고, 10여개는 터지기 직전인데 이틀을 기다려주지 못하면 어쩌나 애가탄다.

제대로 편하게 자리잡아주면 그야말로 내게 효도를 해줄만큼 꽃망울들이 달렸는데, 이걸 워커에 묶어서 집에 오기

까지 너무 창피하던 내가 미안해진다. 워커를 끌고 하루에 한시간씩 걸음마를 하노라면 몇사람은 꼭 말을 걸어온다.

대답을 해주면 각각의 반응이 오고, 해주지 않아도 되는 조언을 한답시고 고개를 젓거나, 딱하다는 듯한 표정들!

"제발요" 하고싶은걸 참느라고 힘들다. 돌아오면 눈을 꼭 감고 삭혀내야 한다. 왜 과잉친절과 관심들일까?

우리 꽃들에게 내가 건네듯이 이쁜말은 못해주는건가? 말을 걸지 말던가.....

밥을 먹을때는 식탁에서 보이도록 방향을 잡아놓고 쳐다보고, 컴을 하면 또 이쪽으로 바짝 가까이 두고 .......

입원기간동안 죽지않고 일부분만 길게 시들은 아이비! 가지들을 곱게 펼쳐두고 고민을 하다가 한달만에 좋은 곳에 묻어주었다. 단정하게 손질된 소나무 뿌리부분에 수저로 구덩이를 파고 묻을때 인사까지 하며 보내주었다. "미안해"

시들었어도, 그렇게 단정하게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기다란 가지여러갈래가 신기했는데....

그래서 한달을 그 화분아래에 박스를 놓고 그 위에 그 모습 그대로를 펼쳐서 두고 보았는데....

내 이상한 버릇하나가 키우던 화초가 시들면 수저를 들고 나가서 좋은 곳에 구덩이를 파고 얌전하게 묻어주는 행사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인데 이번에는 누군가에게 들키고 말았다. "왜 그러세요? 붙잡아 드릴까요?" 내가 너무 진지하게

일을 끝내고 나니, 그 소나무 아래에서 두무릎을 꿇었던 상태라 일어날 방법이 없고, 조금 떨어진 곳의 워커에 손이 닿지않아 애를 먹다가 "네, 내 손좀 잡아주세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인사를 하고는 돌아섰었다.

나는 지금 이 동네에서 스타가 되어있는데, 번쩍이는 은색의 워커로 매일 나가서 한시간을 채우며 걸음마를 하는여자인데, 내 사는 방식은 바뀌어지지 않는 이 상황!

오늘은 더욱 별나게 새벽을 지나고 있다. 이쁜 프리지아를 얼굴에 닿을듯 가까이 두고.....

anyway, 봄이 오고 있어서,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서 꽃들과 사랑에 빠져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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