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자리에 들었으나, 뒤척이는 나를 언니가 깨웠다. 오랫동안 고생하는 동생이 안스러워서 언니들이 번갈아
전화를 해서 위로해주는 건데, 왼종일 한마디않고 사는 나는, 전화로 두어시간 수다로 푸는 일에 익숙해져간다.
한 언니는 컴을 배우다가 포기해서 전화요금때문에 좀 부담스럽지만, 언니 목소리는 씽씽 날아가고 씩씩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나를 시원하게 해준다. 잠결에 받은 전화는, 창밖이 밝아오는걸로 마무리하지만, 울적한 내마음이
바람을 타고 전해졌는지, 나는 눈감고, 미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듣고 보기라도 한거같아 고맙다. 언니는 그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언제나 하는 진한 사투리로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나는 참말로 웃기는 응석을 아주 편하게 부린다.
"아이고, 우짜노? 뭘 먹고 사노? 우리밭농사는 감당이 안되게 넘쳐나고, 나무들이 너무 울창해서 1000불 들여 잘라냈다.
오늘은 너무너무 날씨가 좋고 아름답다. 채소들사이로 쑥이 너무 많아서 캐다가 다듬어놓고 니가 생각나서 전화했다.
꽃들도 이쁜걸로만 골라서 키우는데, 기가 막히게 잘 자라서 그림같다. 니가 드나들거라고 니방도 이쁘게 꾸며놨는데,
인자 못오는기가? 우짜다가 그리 돼 가지고선, 내만 못가보니까 가슴이 아프다. 우짜던지 다리 조심하고 뭐든 챙겨먹어라.
아이고 세상에나! I love you so much. 바이바이! 그래, 얼른 자거라" 자기는 무얼? 창밖이 밝아왔는데, 아침인데.....
새벽을 즐기라구? 양식(?)으로 대강 요기를 하고 작정하고 서성거린다. 신문을 대강 읽고는 역시 컴을 열었다. CD는
피아노 연주로 걸어놓고, 아주 진한 커피잔을 들고는 바깥을 본다. 이게 바로 혼자 사는 여자의 사치고 웃기는 코메듸 하는거 아닌가? 그러면서 앞산의 울창한 숲을 감상한다. 가을이 되어야 아름다운 단풍을 볼텐데... 그래도 내 거실에서 서성이며 바라보는 자연은 나름 숙연하게 한다. 이렇게 사는걸까? 잘 사는걸까? 지난밤에는 우울했었는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