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사는게....

이슬과 노을 2022. 7. 15. 01:34

새벽에 나는 또 엄마를 부르다 일어나버렸다. 

오른편 팔 전체가 무서운 통증이 덮치고, 너무나 심한지라  잠 속에서 참아내다못해 엄마를 찾은듯 했다. "엄마, 내 팔!!"

얼굴은 땀에 푹 젖어있고....  한방물파스를 온 팔에 범벅을 하다시피 발라대었다. 침대옆에는 온갖 비상용품이 진열된,

준비된 상태라서, 손으로 더듬어도, 어디에서 무엇이든, 쉽게 집어든다. 알뜰한게 아니라 참 궁상맞은 풍경이다.

그리고는 침대를  벗어나 식탁의자에 앉은채 밝아오는 아침을 맞았다.

생각해보니, 도서관에서 6시간 넘게 책들을 뽑아내어 훑어보고, 또 제자리에 꽂아넣느라고 책꽃이에 매달렸던 것이

무리였던것 같은데, 후회스럽지는 않았다. 아니, 후회할 일을 한것이 아니고 내가 좋아서, 한것이니까....

가끔 직원이 다가와 도와주긴 하는데, 내가 뒤지는 곳은 예술, 음악, 문학, 미술 등등 창가쪽 구석이라 데스크를 쳐다봐가며

눈에 띄지않게 신경을 쓰는편이다. 이 나이에, 그것도 몇시간을 머무는 모습은 내가 생각해도 좀 ㅡㅡ그렇다. 내가 들어가면 얼른 다가와 내 캐리어를 익숙하게 열고 책들을 꺼내고, 또 집에 갈때는 내가 골라놓은 책상위의 책들을, 자기들이 가져

다가 입력시키고 캐리어에 얌전히 넣고 조여묶고 그리고는 지팡이를 쥐어준다. 얼마나 이쁜모습인가 싶어서 울컥해진다.

누가, 어디에서 이토록 날 배려하고 편하게 책구경을 하게 해주겠나 싶어서 감동케한다. 어제는, 내 짐을 놓아둔채로 태연히 나가서 점심을 먹고, 농협에서 우유와 식빵, 케챱등 급한 물건을 사서 들고와 캐리어 밑바닥에 챙겨놓고, 또 태연히 책구명을 하면서 6시가 넘어 나오는데, 궁금했던 일을 물어보기까지 했다. "여기엔 영화보는 방이 없어요?" 그말에 또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4층에 방이 있고, 테잎은 2층과  4층 두곳에서 골라보면 된다고....  물어보지도 않는데 나혼자 궁시렁거리며 돌아왔다. 전에 살던곳에서 자주 영화를 보곤했었다고! 참 부티나게 움직이는 도서관나들이! 콜을 하면 내앞에 와주는 택시를 타고 내집현관에 도착하고, 어느땐 기사님이 엘리베이터 앞에까지 짐을 옮겨놓아주고 절을 하고 돌아가는 때도

있는 호사(?)를 누리는건, 기본요금의 가까운곳이어서 창피할것까지는 아니다. "무거운것은 절대 들지말고, 무조건 누워있어야 되고, 꼭 택시를 타야하고, 다시 넘어지면 길이 없다는둥....." 그 의사말씀이 아니래도 내가 더 벌벌떨며 땅을 노려보듯 걷는데, 그래도 의사선생님이 알면 어떤 표정일까? 7개월째 택시로 움직이며 "anyway, 편하긴 하고 좋네. 부유한사모님노릇이 이런건가? 선생마누라는 참 검소하게 살아왔었네?" 남편에게 길들여져서, 요금에 플러스알파를  하는것도 알고

있고, 꼭 집앞에까지 고집하지 않고, 정중하게 인사하고 내리는것 등등 .... 그대로 움직이면서 나는 이 7개월이 참 묘하고

씁쓸하기만 하다. 그사람생각이 더 자주 떠오르고, 나는 어느새 남편의 말투까지 그대로 똑같이 따라하고 있어서, 어느땐

타자말자 기사님이 물었었다. "어머님, 혹시 전에 선생님하셨어요?"  "왜 그러세요?"  "아니, 타시면서부터 점쟎게 감사합니다 하는분은 없거던요." 사실은 지팡이를 짚고 힘들게 택시에 오르면서부터, 내가 기가죽어서 자동으로 나오는 말이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가 되어버린건데.....  혼자 웃음을 참았었다. 내가 예의껏 하면 의아해하지않고 자연스레 부드러운 인사와 대화가 이어지고 그렇게만이라도 사는세상이면 좋겠지만, 여러번 탑승거부를 당한 상처가 있어서 내가 이렇게 아부성멘트를 할 지경이 되어버린걸까? 오늘은 공연히 싱거운 말도 해보고싶고, 또 웃어도 보고싶고 하는 묘한 하루다.

나는 주로 많이 참고 참는 방식으로 견디다가, 너무하다 싶을때! 아주 무섭게 돌변하기도 하는 스타일이라,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내게 "참 얌전하고 여리고 그러시네? " 그런식으로 아주 마음놓고 대하는 경우가 있을때, 나는 가히 폭발적으로

매섭거나 싸늘하게 대하곤 했다. " 나 ㅡㅡ씨 가문에 변호사거던요? 사람잘못본것 같네?" 옛날에 사촌오빠가 그랬었다.

"너, ㅡ씨 가문에 변호사해라. 말 참 잘한다. 내 속이 다 후련하다" 안좋은 상황에서 모두 어이없어 침묵일때, 내가 열변을 토했었다. 모두 옛날얘기가 되어가고 있고, 이제는 그렇게 불쾌한 사람이다 싶으면, 조용히 목례를 하고 돌아서며 한숨쉰다. " 왜 저렇게 살지?"     "덧없고 덧없으니 세상사 모두 덧없다 하노라" 옛사람의 말이 참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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