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끈이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어제 새벽까지 앉아있다가 잠깐 잠이 들었지만, 부족한 잠을 채우기엔 내가 너무 혼란스러운채 오늘,
미친듯이 일을 해냈다. 나를 자제하고 다잡는 방법중의 하나다. 어떻게도 안되면! 엄청난 욕심으로 몸을 고되게 한다.
누군가를 하루 불러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포기해버렸던 큰 일들! 그중 한가지인, 냉장고 정리를 하면서
땀벅벅으로 하루종일 몸을 혹사시키고. 샤워를 하고는 누워버렸지만 여전히 나를 붙들고 있는 생각!
그것은 그 어르신생각이었다. 그분의 목소리가 떨리면서 하시던 "...... 아무래도 내가..." 그러나 표정을
감추려는 듯 하셨다. 얼른 내 짐을 유모차에 담곤, 앞서서 나를 데려다주시고 냉정하게 돌아가시던 그 분!
며칠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 동을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부탁을 해서 배달하는 죽이라도 전해볼까, 관리사무소에다
상황설명을 하고 방문확인을 해 보게 하면 어떨까? 별별 생각들을 해보지만 몇층 몇호도 모른채 수소문하다가 그 따님이 알게되면? 유난스럽게 나를 꺼려하는듯 하던 그녀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무섭기까지 하다가 포기해버리고....
나를 꺼려한다는 일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단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본것 만으로 황급히 모시고 가버리던 그녀때문에 내 생각은 끊임없이 이어져가고.... 나는 그 두모녀를 걱정할수 있는 상황인가? 한번 나갔다오면 몇사람으로부터 반갑지 않은 질문을 받거나 딱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속상해하는 처지인데.... 더구나 "뒷모습이 너무 힘들어보여서..."라며
부축까지 하려드는 때는, 정말 울고싶어지고 돌아와서 누워버리는 내 일상이 아닌가? 그러나 그분이 내게 베풀던 배려는 불쾌하지 않았고, 존경하게 되었고, 아무나 할 수 없는 표현이어서 나는 어느새 정이 들어가고 있었다.
엄마처럼 친해지고,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하면서 특별한 인품에 다가가고 싶었었다. 미용실에서 노인들을 꺼린다는 얘길
들은일이 있었다. "내가 내년이면 칠십인데 왜 빠마머리요금을 깍아주지 않는거요?" 라며 너무나 당당하게 따진다고 했다.
열에 아홉이 그럴 정도로 나이들어가면서 흩어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분은 너무나 소녀감성이고, 따뜻하고 배려하시는 모습! 처음 대해보는 그 모습에 놀라면서 정이 들어가고 있었던가? 이 며칠이 너무 우울하다.
무언가를 예감하고 계신듯한 표정이, 떠나지 않는다.
내일은 도서관에 가는날이다. 책을 반납하고 또 빌려오는 날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날이다. 아침일찍 침을 맞고 곧장 가서
욕심같아선 문 닫을때까지 머물다오고싶다. 그 많은 책 속에 파묻혀 있다보면 내가 신선해지는듯한 느낌이 좋다.또한 꽉 채워주는 충만함, 이 불편한 몸으로 누릴수 있는 최대한의 호사다. 특히나 이즈음의 우울감에서 벗어나게 되기를 바라면서 캐리어 속에 작은 방석까지 넣어두었다. 3주에 한번! 내게 기다리는 즐거움을 준다. 내가 억눌려서, 하지 못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어 하루를! 그 깨끗하고 조용한 곳에서 행복해질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도 나는! 설레이며 .하고 싶은 것, 알고 싶은것이 너무나 많았었는데 건강이 나를 무너뜨리고, 그 모든것으로부터 묶어버렸다. 인정하고 굴복하고 있지만, 이 하루는 꼭 붙잡고 있다. 가여운 건가? 아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