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건물에 들어서서 한층씩 살펴나갔다.
꼭 6개월의 시간동안 너무 힘들었다. 불쑥 가보고 싶었다. 그순간에 또 억눌러야 했다.
그렇게 세상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비밀을 만들어놓고 수없이 갈등하고 고민했다.
오늘을 정하고, 드디어 찾아간 그곳은 가히 내가 상상한 만큼보다 더 크게 와 닿았다.
아, 이런곳도 있구나. 그리고 개인이 이렇게 이루어놓을 수 있는거구나.
탄성이 나오다가 다시 삼키고, 그리고 열심히 감상, 또 감상을 해 나갔다.
처음 보는 형체, 처음 보는 원석들, 기억에 남겨두기가 벅찰만큼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작품자체가
무어라 해석해야 하는지를 모른채 지나치고......
그렇게 한층을 살피려면 힘든 발걸음으로 양쪽 벽면을 확인하기위해 뒷걸음치고 다시 돌아오고
작품수를 세다가 포기했다.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가 너무나 깜깜한 그런 형체에서 아주 길게
들여다보고 또 보고했지만 무지한 내가 포기해버려야 했다. 옛날 내가 작업하던 칠보가 떠오르는, 어느작품에서 위안을
받았다. "무제" 라는 표시를 하던, 동판에 내 맘 가는대로 뿌리고 짓이기고,긁어내고등을 반복하면서 어느 시점에서
멈추던 그 희열은 내 한계였다. 이글거리는 전기로안에 놓여진 동판위에 작은 구멍속으로 끌을 집어넣어 작업하다가, 어느 순간 떨리면서 끄집어내놓곤, 그 동판이 식어가면서 나타나는 모습에 전율하던 시절! 이 형태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감히 짐작도 못하면서 감히 내 칠보작업장면이 떠오르는건, 이해가 불가능한 그 투박하고 화려하고 크다는것!누가 함께하면서 설명을 해주는 상황이 아닌바에야 내 지식으로는 불가능함을 인정해야 했다. 그 중에 그래도 내게 가능했던 것은 유화!
몇점이었다. 한 여성작가의 기증 작품이 여러 점 군데군데 띄워가며 아주 큰 대형액자에 담겨져있었다.
유화가 아닌 풍경화와 계절따라 표현한 수채화도 꽤 여러점이었다. 그 작가들의 입지가 어느정도인지도
모르는체 감상을 하면서 비교를 한것! 내가 즐겨 찾아가던 인사동의 전시장에서 본 작품들은 그래도 작가가 현장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설명도 해주고 그랬었는데, 전시기간이 다 되어서 화요일날 철거를 해가고, 그리고 다시 그 그림을 볼 수 없는 단점이 있는반면, 오늘 내가 접한 작품들은 오랜시간, 정해진 시간후에 철거해갈리가 없는 컬렉션의 현장이 아닌가. 그 모든 작품들을 소장해온 분은 어떤 분일까? 어떤 경로로도 사진도 못본 그 분의 특징은 규모자체가 거의 대형싸이즈이고 그 큰 건물이기에 설치될수 있지 않았을까? 미술작품외에, 여러 분야의 컬렉션의 범위가 대단했다. 단지 미술품만을
볼 수 있으려니 갔다가 일층에 있는 품목에 놀라움이라니! 완벽한 개인소장품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다양함! 특히 내가 반가웠던 것은 생일원석들! 나의 루비가 눈에 들어와서 혼자 웃었다. 그리고는 돌아섰다. 더 머물수가 없이 내 몸은 지쳐있었고, 서있기조차 힘들어서였다. 그곳에 가려고, 일단 먼저 그 근처까지 가서 택시를 바꿔타려던 내가, 버스에서 내리다 길바닥에 던져졌고, 사람들이 몰려와 일으켜세우고 내 얼굴을 두드리고.... 내 몸을 맡겨둔채 늘어져있던 내게, 뒤늦게 버스기사님이 들여다보며 괜챦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시라는 손짓을 했다. 그 순간에 그 기사님에게 미안하고, 안심시켜주어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온전히 내 탓이니까 당연했다. 사람들이 끌어다 의자에 앉히고 119 어쩌구 하면서 소란스러워지는게 부담이었다. 무조건 "네 괜챦아요. " 만 되풀이해서 그들을 보냈다. 잠시 앉아서 수습을 했다. 둘러보니 바로
뒤에 약국이 있었다. 들어가 청심원을 한병사서 마시고, 커다란 부채 하나를 가리키며, 하나 가져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리곤 푹신한 쇼파에 파묻혀, 항상 지니고 다니는, 비상약 3알을 혀밑에 녹이고 기다리다 또 3알을 녹이고..... 그게 내가 사는
방법이니까! 3번씩 9알을 녹이고 그곳을 나와 한참을 걸었다. 바로 택시를 타기전에 내 몸의 균형을 잡고싶었다.
그렇게 찾아간 그곳은! 내가 6개월을 망설이고 가슴설레고 하던 미술작품이 많다는 그 대형건물이어서, 포기할리가 없었다. 그리곤 4층까지 살피다가, 결국 무릎이 꺽이고 몸이 휘청거리고..... 내 머리뒤에 커다란 혹이 달려있고, 멋스런 모자에
가려서 표가 안난다면서 강행군을 한거다. 혼자 시도한 나들이지만, 그 장소와 나를 맞아줄 미술품에 대한 예의나 되는듯이
오랜만에 가장 좋은 정장한벌에, 내가 제일 아끼는 반지와 귀걸이까지 하고는, 완벽한 블랙패션의 모습으로 찾아간 오늘을
후회할수는 없을것이다. 15여년만에 입어본 긴치마의 정장은 땡땡이무늬! 코메디다. 내일일은 내일이지만, 절대 병원을 가지않아야 한다며 긴장하고 있다. 내 차가 견인되고 나는 병원에 실려가 요란한 검사를 마치고, 깊은밤에 어린 아들과 함께 집에 걸어가려던 내게 간호사가 일러준대로 보험카바가 되는 리무진을 불러타고 집에 가보니, 차와 함께 견인된 핸드백과 열쇠때문에 멍하다가 돌을 던져, 내방유리문을 깨고는 아이를 그 구멍으로 들어가 문을 열게하던 나였다.그 다음날 우리 두
모자는 태연히 각자 학교와 일터에 나가 일을 했고, 신문에서 보았다면서 인사과에서 내 존재여부를 물어와 또 소란스러웠던 때도 있었는데, 오늘은 그토록 멋지게 치장하고 나서서, 미술관람을 차질없이 해내곤 돌아와, 이 블로거를 여늬때처럼
마치고 있다. 일기처럼, 내 자신의 고백처럼 두드리는 컴의 자판은 여기 그대로 항상 있어줌에 감사한다. "괜챦을거야.
내일아침의 나는,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