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부터 장마비가 다가온다는 예고때문에, 자꾸만 바깥을 내다보게 되고, 얼른 몇일을 내려주고
물러가 주었으면 싶은, 나같은 이의 염원도 있는데, 농사를 업으로 하는 농민들을 어떤 마음이고 어떤
손길로 대비하고 준비할까 하면서, 내가 몰래 훔쳐보는, 건너편 작은 공간에 선을 긋고 작물을 하는 농부
아닌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한것을, 아주 힘들게 그들의 모습이 작게나마 움직이는 걸로 짐작해본다.
내가 염려했던대로, 몇달 전에 철책에 커다란 현수막이 여러개 빡빡하게 생겨났다. 농지가 아니고 아파트
짓다가 남은 그 지점에 언젠가 공사가 시작된다면, 가을수확이 끝난싯점에 시작을 해야 할텐데.....
이미 경고장이 날아간듯, 공장이 지어질 계획인듯," 주거지에 공장이 웬 말이냐 "라며 주민들의 항의가 대단한것
같은데, 주민은 아닌듯 하지만, 비어있는 공간에 농사를 짓고, 또 수확을 하려고 작게 보이는 사람들의 몸짓을 유심히
쳐다보면서 언젠가는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것같은 예감을 하던 나는, 한가해서, 무료해서 베란다너머로 보이는
그들의 한해농사를 관심있어했던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을까? 기어이 철책끝으로 비집고 들어가, 마악 흙을 비집고
고개를 내미는 이쁜 작물들을 들여다봐가며 밭고랑을 걸어보던 기억이 떠오른다. 후회했었다. 내가 감상같은 것으로
그들을 훔쳐보았던가? 가을이 되면 밭이 어떻게 비어져가는가를 보면서 흐뭇하기도 했던 내가 미안했었다. 그리곤
늦겨울부터 생겨나던 항의성 현수막이 걸리면서 걱정이 되었는데, 그들은 의연하게 열심히 밭을 일구고, 지금은 상추나
파, 는 솎아내듯이 내다팔고 있는듯, 모두 열심인듯 사람수가 더 많아지고 활발해 보인다. 아마도 철수를 해야하는 싯점이
금년 농사를 마무리한 후의 여유가 있는듯 싶다.애정을 가지고, 그 뙤약빛에서 수건을 목에 두르고 땀을 닦아가며 열심인
그들은 참으로 소박하고 욕심도 없는것 같다. 이사와서 2번의 그 수확을 지켜봤던 나는 그로 인한 여러경험을 하고, 나름
생각이 많았고, 신비로운 자연의 이치에 감동했었다. 서툴게나마 베란다와 거실에 화분들이 늘어나고, 그것들을 들여다보며 대화도 한다. "안녕?하며, 인사도 하고 고마워 얘들아 잘 자라주어서 정말 고마워" 늘어나는 화분, 그리고 여유분의 흙도, 들여다놓고 가지치기나 화분옮기기도 열심히 했다. 끝내 봉오리로 정지된, 동백나무꽃를 포기하고 깨끗이 잘라내고
바빠서 며칠 그냥 두고 있었는데, 나를 놀라게 한 일이 생겼다. 잘려나간 가지 끝으로 작은것이 솟아나오는 것! 흙속에서는
이미 살아내는 움직임이 있는것 같다. 너무 놀라서 매일 들여다보는 나를 계속 경이롭게 한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새로운
싹이 조금씩 커지는 것에, 물을 주는 손끝이 떨린다. 강아지들은 절대 주인을 배신하지 않고, 받은것에 대한 몇배의 보답을
한다는걸 알게 되어 곁을 스쳐가는 강아지를 불러 눈맞춤을 하면, 가슴이 찌릿해진다.주인에게 멋쩍은 설명을 하면서 양해를 얻고 시도하는 눈맞춤! 매번 느끼고 또 느끼면서 마음챙김을 하게 되는것 같다. 밤마다 블로거에 올리려고 몇권의 책을
읽으면서 올리는 일은 내 일과중에 가장 큰 보람이 되어버렸다. 오늘은 좀 많이 아파서, 다리와 발바닥까지 한방물파스를
범벅하듯 칠하며 보냈고, 밤시간만 좋아하는 내가 낮시간에 블로거를 끝내고 있다. 저만큼에 보이는 밭에는 경계선이 또렷
하게 보이면서 쑥쑥 자라난다. 이번 농사를 마지막으로 내년에는 아마도 공사가 시작되고 나는 그쪽을 쳐다보고 싶지
않을것 같다. 인간은 이윤을 위해서 가차없이 잘라내고 돈이 되는 일에 너무나 당당하고 익숙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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