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나무마다 가을빛인데 찬비는 국화에 어울리지 않는데
석양에 어지러운 매미 소리들 작은 술동이는 사람 가까이 할줄 아네.
계절이 다하는 게 슬퍼서인가 문을 닫으니 붉은 잎이 떨어지고
쓸쓸한 숲속을 혼자 헤매네. 시구를 얻으니 흰머리가 새롭네.
--조선의 시인 강정일당-- 정다운 벗 생각할 때는 즐겁지만
적막한 새벽 되니 시름만 더하네.
어느 가을 날에 그 언제나 반가운 눈길로 만나
마당에 사람은 없고, 길엔 낙엽이 가득해 한바탕 웃으며 화창한 봄을 보리요?
초가에 가을빛이 점차 쓸쓸해지네. --조선의 박은--
귀뚜라미도 뜻 있는 듯 뛰면서 서로 울고
산도 정 많은듯 푸르고도 낮아졌네. 가을 밤에 친구에게
세상사가 머리끝에 이른 상황에도 때마침 가을밤 그대가 그리워서
한가한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구나. 서늘한 하늘 아래서 시 읊으며 거닌다오.
세상이야기 함께할 사람은 누구던가 빈 산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남산이 명아주 지팡이 다 닳아버렸구나. 은거하는 그대 또한 잠 못 이루겠지요.
-- 조선의 김시습-- -- 당의 위응물--
추석의 달
저녁 구름 걷혀 맑고 서늘한 기운 넘치네. 높은 곳에 올라
은하수 소리없이 옥쟁반에 구르네. 바람은 빠르고 하늘은 높아 원숭이 휘파람 소리 애달
이 세상 이런 밤 늘 있는 것도 아니니 픈데, 물가는 맑고 모래는 하얗고 새는 날아돌아오네
내년엔 저 밝은 달 어디에서 볼꼬? 보이는 곳곳마다 나무에선 나뭇잎 쓸쓸히 떨어지고
--송의 소식 다함이 없이 흐르는 창장강은 도도히 흘러가네.
만리 먼 곳 서글픈 가을에 항상 나그네 되어
가을밤에 읊다 한평생 병 많은 몸, 홀로 누대에 오르네.
밤이 되니 찬 기운 막 돌기 시작하고 어려움과 고통에 귀밑머리 다 희어지고
귀뚜라미 문에 들어 우네. 늙고 쇠약한 몸이라 새로이 탁주마져 끊어야 한다네.
들의 샘물은 대숲 뚫고 소리 내어 흐르고 -- 당의 두보--
마음 등불이 숲 건너서 밝게 빛나네.
산은 한밤에 달을 토하고 국화를 읊다
강바람은 십리 밖에서도 맑게 느껴져 꽃은 있는데 술이 없다면 탄식을 참아낼 수 있을까?
밤이 깊어 별빛 찬란한데 술은 있는데 사람이 없다며 또한 어떻게 할까?
창공에 기러기 떼 비끼어 날아가네. 세상 일일랑 아득히 멀리 보내고 꼭 묻지 않아도 되리.
--조선의 시인 이덕무-- 국화 바라보며 꽃을 마주한 채 한번 길레 노래 부른다.
-- 조선후기의 고의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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