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서야 산은 달을 토해내고 마을 안에 초가집 지었는데
새벽 강물에 누각이 비치네. 시끄러운 수레 소리 들려오지 않네.
먼지 묻은 화장 갑을 방금 열고 나온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 능히 그러한가?
창문 주렴의 고리처럼 떠 있는 조각달 마음이 멀어지니 땅은 저절로 외지게 되네.
토끼는 제 머리 학처럼 희다 걱정하고 동쪽 울타리 밑 국화 송이 꺾다가
두꺼비 담비 털의 따스함을 그리워하네 허리 들어 멀리 남산을 바라보네.
불로장생약 훔친 항아 고독할 것 같은데 산의 기운 날 저무니 아름답고
찬 기운이 쓸쓸한 이 가을 어찌 보낼는지? 날던 새는 서로 더불어 돌아가네.
-- 당의 두보 -- 이 가운데 참뜻이 있건마는
말로 나타내려 하지만 할 말 이미 잊었노라.
술 마시며 -- 동진의 도연명 --
가을 국화는 빛깔도 좋아
이슬에 젖은 꽃잎 따다가 국화 시름을 잊게 하는 술에 띄워 도연명 길잡이 가을 국화 송이 둘러선 집 세상에 남은 미련 멀리 날려 보낸다. 해는 담장 옆 빼곡한 국화 위에 기우네.
비록 홀로 술잔 기울이지만 이 꽃만 편애하는 것은 아니지만
잔 비면 술 단지 저절로 기울고 이 꽃이 지고 나면 또 무슨 꽃이 있으리.
해지고 만물이 조용해지니 --당의 원진--
돌아오는 새는 울며 숲으로 날아 들고 초가을 밤비
동쪽 창 아래 서서 후련하게 휘파람 부니 귀뚜라미 해 기울자 처량하게 울어
잠시라도 또 이러한 삶을 얻겠는가? 세월은 잠시도 머물지 않는 구나.
-- 동진의 시인 두보-- 소나무 처마에 비 내리는 한밤
초가을 휘장은 바람에 흔들리고 침상 가득 가을이 앉았네.
어느 새 초가을 밤은 점점 길어지고 이른 새벽에도 등불 여전히 켜 있고
맑은 바람 솔솔 부니 쓸쓸함이 더해가네. 처음 맞은 추위에 아직 발을 치우지도 못했네.
불볕더위 물러가고 초가집에 고요함이 감도는데 날 개고 날씨는 좋은데
섬돌 아래 한 떨기 향부자 풀에 이슬 맺히네. 누가 늙은이와 짝이 되어 놀아 줄까?
-- 당의 맹호연 -- -- 당의 백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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