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구름 시냇가에 절을 짓고는 이보시오, 청산이 좋다는 말 마오
서른 해 동안 이 절에서 주지로 살았네. 정말로 산이 좋으면 뭇 하러 나오시오?
웃으며 문 앞의 한 줄기 길 가리키는데 두고 보오 나의 훗날 자취를
산자락 나서자 천 갈래 길이 되누나. 한번 청산에 들면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니.
노승 가야산 독서당에 적다
구름 가에 절간 지어 놓고 바위 사이로 콸콸 치달리며 온 산에 소리쳐
선정에 든 지 어언 오십 년 지척에 있는 사람 말도 못 알아듣겠네.
지팡이는 산 밖을 나선 일 없고 시비 다투는 소리 들려올까 늘 걱정되어
붓으론 서울에 보내는 편지 안 쓰네. 짐짓 흐르는 물로 산을 감쌌네.
대 홈에 샘물 소리 들려오고
소나무 창가엔 해 그림자 성근데
높은 경지라 다 읊지 않고
논 감은 채 진여를 깨치네.
혼자 사는 중에게
솔바람 소리 빼곤 귀가 시끄럽지 않은
흰 구름 깊은 곳에 띠풀로 지붕을 이었네.
세상 사람 여길 알면 한스러우리
돌 위의 이끼가 발자국에 더럽혀 질 테니.
청 상인에게
바닷가 구름 속의 저 암자 푸른 산에 의지해
속세와 멀리 떨어져 스님 거처로 딱 맞네.
이보게, 파초 비유만 물으려 말고
봄바람에 물결 살랑이는 것도 좀 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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