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직 벼슬에 부모를 영광스럽게 못했으니 물결 따라 이리저리 나부끼다
갈림길에 잠시 몸이 수고로운 걸 서글퍼 마오. 가벼이 털옷 터니 참으로 물 위의 신선일세.
오늘 아침 멀리 헤어지며 무슨 말 하겠나 자유로이 세상 밖 드나들고
남에게 부끄러운 일 하지 말라는 말하네. 거침없이 선계를 오고 가네.
2. 석양엔 기러기 높이 날고 맛난 음식 좋은 줄 모르고
저녁연기는 먼 데 물가 나무에 어리었네. 풍월의 참맛 깊이 사랑한다네.
고개 돌려 바라보니 그리운 마음 한없는데 장자의 나비 꿈 생각해 보면
하늘가 외로운 배만 물결 헤치며 가네. 내가 그대를 보다가 잠드는 이유를 알 테지.
강남으로 돌아가는 오 진사에게 겨울날 산사에서 노닐며
그대와 안 뒤 몇 번째 이별인가 잠시 선방에 와 쉬니 그리움 아련하고
이런 헤어짐에는 아쉬움 더욱 깊네. 이렇게 희귀한 산수 사랑스럽기만 하네.
전쟁으로 인해 가는 곳마다 어수선한데 빼어난 경치에 오래 머물지 못함이 슬퍼 어는 때 다시 만나 시와 술 즐길는지. 한가롭게 시 읊으며 집에 돌아감을 잊네.
멀리 나무들은 강변에 늘어섰고 스님은 샘을 찾아 먹을 물 길어 내고
찬 구름은 말 앞 산등성이에 걸려 있네. 학이 솔가지 뜨매 눈이 훅 날리네.
가다가 좋은 경치 만나거든 시 지어 전해 주게 시와 술 즐기던 도연명의 흥취를 일찍 알았더
혜강의 게으른 버릇일랑 본받지 말고. 라면, 세상 명리 하마 잊었을 텐데.
우강 역 정자에 적다 바위 봉우리
모랫밭에 말 세우고 돌아오는 배 기다리니 저 높은 바위 꼭대기 하늘에 닿을 듯
한 줄기 물안개 만고의 시름이네. 바다에 해 돋자 한 송이 연꽃으로 피네.
산이 평지 되고 이 강물 다 마르면 형세 가팔라 뭇 나무 범접을 못하고
인간 세상 이별도 비로소 그치련다. 격조 높아 오직 구름과 안개만 벗 삼네.
차가운 달은 새로 내린 눈으로 단장하고
운봉사에 올라 옥 굴리는 맑은 소리 작은 생에서 솟아나네.
칡덩굴 붙잡고 운봉사에 올라 생각건대 봉래산도 다만 이와 같으리니
내려다보니 아래 세상 텅 비었네. 달밤이면 여러 신선 모이리라.
천산은 손바닥 위에 있듯 분명하고
만물은 가슴을 시원하게 하네. 바다에 배 띄우니
탑 그림자는 하늘가의 눈 같고 푸른 바다에 배 띄우니
소나무 소리는 높은 하늘 바람일세. 긴 바람이 만 리에 통하네.
구름이랑 노을은 날 비웃을 테지 뗏못 탔던 한나라 사신 생각나고
발길 돌려 속세로 돌아간다고. 불사약 구하러 간 진난라 동자 떠오르네.
해와 달은 허공 밖에 있고
하늘과 땅은 태극 속에 있네.
봉래산이 지척에 보이니
나 또한 선웅을 찾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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