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시와 술로 평생을 즐기거늘 장안에서 고생하던 때 생각해 보면
봄 깊은 양제상을 어이 그냥 보내리. 어찌 고향의 봄날을 헛되이 보내랴.
한눈에 드는 경치 끝이 없어 오늘 아침에 산에 놀러가잔 약속 또 저버리니
칠언사로 이 정취를 쏟아 내누나. 속세의 명리이니 알게 된 게 후회스럽네.
꽃은 비단 펼쳐 나비를 머물게 하고
버들은 명주실로 꾀꼬리를 붙드네. 산양에서 고향 친구와 헤어지며 좋은 벗 서로 불러 술 권하는 자리에 만나서 잠시 초산의 봄 즐기다가
환영보다 나은 그대 학식 부럽기만 하네. 다시 헤어지려니 눈물이 수건을 적시네.
늦봄 바람 맞으며 슬피 바라본들 이상타 생각마오.
봄바람에 온갖 향기 맡으니 타향에서 고향 친구 만나기 참 어려우니.
마음이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처럼 낭창대네. 슬퍼도 슬퍼 마오
소무의 편지는 변방에서 돌아오고 먼 바닷가 산에는 새벽안개 짙게 깔렸고
장주의 꿈은 낙화 좇아 바쁘네. 백 폭 돛은 만리바람에 펼치어 있네.
늦봄 경치에 아침마다 취해 좋기는 하다만, 슬퍼도 슬퍼 마오 아녀자처럼
헤어지는 마음 일일이 헤아리기 어렵네. 헤어진다고 너무 슬퍼할 건 없네.
때는 바야흐로 기수에서 먹 감는 시절
옛날 선향에서 놀던 일 애달프구려. 언제 다시 만날는지
여도사와 헤어지며 만난 지 며칠 만에 또 헤어지려니
늘 속세의 벼슬살이 후회했으나 갈림길에 또 갈림길 시름겹도다.
마고와 알고 지낸 몇 년간 참 기뻤어요. 손 안에 계수나무 향기 벌써 다 사라져 가건만
떠나는 길에 진심으로 말하노니 그대와 헤어지면 속마음 나눌 이 하나 없겠지.
바닷물은 어느 때나 다 마를까요?
'최치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 갈래 길 산에 사는 중에게 (0) | 2022.06.27 |
---|---|
헤어지는 오수재에게 갈매기 (0) | 2022.06.26 |
낙동강 정자에서 (0) | 2022.06.24 |
탈춤 길 위에서 (0) | 2022.06.23 |
진주 케는 사람에게 다섯가지 옛 놀이 (0) | 2022.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