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귀

보릿고개

이슬과 노을 2022. 3. 5. 00:10

........보리가 영글어 익기 전에, 지난 가을에 추수한 식량이 다 떨어져버린 춘궁기를 보릿고개라 불렀다.

쑥이나 풋나물의 쑥죽, 쑥떡, 나물죽이나, 소나무 껍질을 벗겨 송가죽을 쑤거나 찧어서 떡을 만든

송기떡으로 겨우겨우 끼니를 때웠다. 지금은 소나 돼지의 사료로도 잘 안쓰는 곡식의 겨(껍질)등으로 

쑥나물이나 송기와 섞어 죽이나 떡을 만들어 먹었다. 그렇게 연명하다보면 보리가 익어갔고, 보리 추수를

하기 시작하면 보릿고개는 넘어서 버린것이었다. 아직 보리가 익어가진 않아도 알이 배기 시작하면 조금씩

베어다가 가마솥에 불을 때고 볶아서 말렸다. 덜 익은 보리는 껍질을 벗길 수가 없으므로 그냥 절구로 빻아서

보리껍질을 대강 버리고 보리가루는 쑥이나 나물과 섞어 죽을 쑤어 먹곤 했다.

내 또래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진달래꽃(참꽃), 삐삐, 찔레 등 주로 꽃과 풀을 뜯어 먹으면서

주린 배를 채울 줄 알았다. 그야말로 자급자족이요, 스스로 시장기와 허기를 해결할 줄 알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