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 적막한 황무지 한 모퉁이에 다복하게 꽃피어 가지 휘었네. 매화비 맞아 향기 그치고 보리바람결에 그림자 비스듬하네. 수레 탄 이 뉘라서 보아 줄까? 벌과 나비 떼만 날아든다네. 천한 땅에 태어난 것 스스로 부끄리니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것 슬퍼할 만하군. 최치원 2022.05.16
봄바람 너는 바다 밖에서 새로 불어와 새벽 창가 시 읊는 나를 뒤숭숭하게 하지. 고마워라, 시절 되면 돌아와 서재 휘장 스치며 내 고향 꽃피는 소식을 전하려는 듯하니. 최치원 2022.05.14
봄날, 어느 새벽 동으로 흘러가는 물 못 돌이키나 시상(詩想)을 재촉하니 이리 괴롭네. 정 담뿍한 아침 비는 가늘다가늘고 아리땁고 고운 꽃은 필 듯 말 듯하네. 어지러운 세상이라 좋은 경치에 주인이 없고 뜬 인생이라 명리를 점점 멀리하네. 한스러워라 옛날 유령의 아내가 남편더러 술잔 멀리하라 한 일. 최치원 2022.05.13
새벽 풍경 바람도 산마루 보드라운 구름 차마 못 흩고 햇볓도 언덕머리 푹 쌓인 눈 녹이지 못하네. 홀로 풍경 읊으니 이 마음 아득한데 바닷가 갈매기와 쓸쓸히 벗하네. --최치원-- (당나라에 유학가서 생활하던 시기( 868-884 )에 쓴 시. 최치원 2022.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