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모음 157

늦봄에 도산에 돌아와서 산매화와 주고받다

"1" 매화가 주인에게 주다. 임금의 은총과 벼슬의 영광 명성과 이익이 어찌 임에게 합당하겠소? 늙은 나이에 속세로 내달려서 한 해를 넘겼네요. 오늘은 다행히도 사직의 허락을 받았구려 더구나 내가 꽃필 봄 철에 말입니다. "2" 주인이 답하다 음식에 간 맞추려 너를 찾은 것이 아니란다 맑은 향기를 몹시 사랑하여 나도 모르게 읆조린다 내 이제 약속을 지켜 여기 돌아왔으니 좋은 때를 저버렸다고 나를 싫어하진 않겠지?

매화모음 2022.03.31

한양의 거처에서 盆梅와 주고받다

"1" 고맙게도 매화신선이 쓸쓸한 나를 벗해주니 객창이 맑아지고 꿈속의 영혼조차 향기롭다 그대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구나 서울의 먼지 속에서 아름다움을 잘 간직하여라 "2" 듣자하니 도산의 매화신선도 우리처럼 쓸쓸하다는데 임 오시길 기다려서 하늘의 향기를 피우겠지요 바라건대 임께서는 마주 대할 때나 헤어져 그리울 때나 옥빛의 눈송이같이 맑고 순결한 정신을 함께 고이 간직해주오

매화모음 2022.03.27

김돈서의 매화시

내 벗이 다섯이니 소나무, 국화, 매화, 대나무, 연꽃이라 이들하고 담담하게 사귀는 일 질리지 않지. 梅君이 특히나 나를 좋아해서 모임에 초대하니 두말없이 왔었지. 나 또한 그리운 마음 잊지 못해 새벽이고 저녁이고 몇 번이나 찾아갔지. 안개를 머금으면 차갑고 적막한데 연못가에서는 맑고도 담담하지. 화사한 온갖 꽃들 넘쳐나는 날 맑고 순결한 그 모습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고 술잔 속의 달을 마시는 자리에 나설망정 꽃을 파는 지게 위에 오르려 할까? 은밀한 우정을 시로 읊으니 이광주가 어둠 속에 빛나듯 하네. 정신이 서로를 밝게 비추는 그 세계를 세속의 사람들은 분명 엿보기가 어려우리.

매화모음 2022.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