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같이 맑은 집안 배나무 서린 가지,
밤은 깊었건만 잠들 수 차마 없네.
훠영청 꽃가지 끝에 달이 둥실 밝았거늘!
-- 한익항 --
봄빛도 한물이 되니
아침에 곱게 물든 노을 비친 물가 집에
복사꽃은 비단이요 배꽃은 눈인 것이
봄빛도 한물이 도니 꽃도 꽃이 아닐레라.
-- 황현 --
산사의 가을
흰 구름 붉은 단풍 헌 절간을 둘렀는데,
산승은 삼경 달 아래 탑돌이를 하고 있고,
냇가엔 학 한 마리 한 점 가을로 서 있다.
-- 유원주 --
그림 속의 국화
한 울타리 오두막에 병 핑계로 환을 치니,
가을 들어 우리 집엔 두 세 식구 늘었어라!
흰 국화 누른 국화에 산국화 떨기로다!
-- 남병철 --
연잎에 구는 빗발
실버들에 북 나들듯 꾀꼬리 우짖더니,
소나기 한 자락이 연못 지나갈 제,
빗발은 문득 알알이 야광주로 바뀐다.
-- 신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