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가서 일년다니고 6학년이던 아들이 제안을 했다
"엄마! 우리 빈병속에 편지를 넣어 물에 띄워보자.
그러면 누군가 읽어보고 연락해줄거야. 자기집에 와서
house work 하라고! 그렇겠지? 그지 엄마. 내 생각이
어때? 틀림없이 그럴거야. "
직장은 다녔지만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이라서 당하는
레이오프 라는 기간에 마주쳐 두어달 놀아야 했다.
여름한철이면 꼭 생기는 불황때라 막연히 연락오기만
기다리다 다시 출근하는 씨스템! 나는 그래서 쉬고, 아들은
여름방학이고....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편해야 했었는데,
어느날 아이가 원해서 북쪽의 부촌에 드라이브를 했는데
멀찌감치 차를 세워두고 강물가에 자리잡고 앉아
우울한 기분으로 머엉 하니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제안
한것이었다. 아이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어린것도
나름, 우리가 처한 일에 위축되고 걱정되고 그런가보다"
아이가 하자는대로 볼펜과 종이를 주었더니 편지를 써내려
간다. "얘가 영어배운지 일년인데 문장력이 있을까" 싶었다.
걱정되는대로 나의 도움을 받아가면서도 잘 써내려갔다.
"우리 사정을 설명하며 우리는 돈이 필요하고, 시키는대로
엄마와 내가 무어든 일을 할수있다, 이 편지를 보면 꼭 우리
한테 전화해주기 바란다. 당신이 그럴거라 나는 믿는다."
끝내고 보니, 일년배운 단어와 엄마의 문장력이 합세해서
된 글이었다.아이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어렵게 주워온 빈병
속에 곱게 접어 넣고는 물에 띄워보내며 아주 밝아지는 표정!
나는 그 일을, 이민살이에서 가장 또렷한 기억으로 담아두고
자주 떠올린다. 아이의 그 해맑은 표정과 긍정적인 마인드!
돌아오는 차 속에서 아이가 그랬다. "엄마! 미국은 왜 쓰레기가
없어? 빈병 하나 줍는게 정말 힘들었어."
그 도시에서 소문난 그 부촌은 내가 자주 찾는 곳이었다.동네를
끼고 흐르는 그 Lake! 주변의 집들은 "우아한 성"이라 불러야 할만큼
스케일이 달라서 조용히 감탄하면서 즐겼었는데, 아들은 그곳 물가
에서 "We need money..... " 그런 편지를 쓸생각을 하다니!
나는 줄곧 말이 없어야 했다. 애가 요구하는 문장을 이어주는 일밖에!
"엄마는 왜 말을 안해? 어디 아파?" 그렇게 물어보지도 않는 그 아이의
태도가 더욱 나를 조용하게 만들었다는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