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종말에

이슬과 노을 2022. 10. 19. 22:55

갖가지 환락으로 나를 꾀어내던  불꽃이

갑자기 하늘거리며 꺼졌다.

굳어 버린 손가락 속에서  관절염이 소리친다

황야의 늑대, 나는 어느덧 황야에 다시 선다.

재미도 없이 끝난 황야의 파편 위에 침을 뱉고

짐을 꾸려 황야로 돌아간다.

죽어야 할 시간이기에

잘 있어라. 흥겨운 형상의 세계여

가면무도회, 너무나 달콤한 계집들이여

시끄럽게 떨어지는 커튼 뒤에

낯익은 무서운 것이 기다리고 있다.

적을 향하여 서서이 나아간다.

고통이 점점 나를 졸라맨다.

겁먹은 심장은 가쁘게 고동치며

죽음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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