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가을을 품은 한마당 벽오동 잎 헌 성곽엔 찬 연기요, 빈 다락엔 초승달!
석양에 주렴 걷으면 매미들 목메어 울어 말 세우고 가을 풀을 시름하고 있노라니
끝없이 일깨워주는 그 옛 님의 그리움이여! 흥망을 내 알 바이랴? 물은 절로 흘러라!
-- 이형 -- -- 이만배 --
양류사 송도 남루에 올라
실버들 천 올 만 올 봄소식을 알리오니 눈달은 예런듯 흰데 고려를 우는 찬 종소리!
사람들 이르기를 넋을 녹이는 나무라나! 남루에 호올로 시름겨워 섰노라니
그 옛 님 말 매던 가지도 치런치런 하여라! 무너진 성곽 사이로 서려오르는 저녁 연기!
-- 안필기 -- -- 권갑 --
무설대사에게 송악산 감도는 물
옳으니 그르니 말도 많은 세상을 숨어 송악산 느직 감아 물이 돌아 나가는 곳
지는 꽃 우는 새 봄바람 부는 속의 허다한 붉은 대문 푸른 이끼로 닫혔다만
그 어느 청산에 홀로 사립문을 닫았는고? 봄 오니 어디라 없이 살구꽃은 활짝 폈네!
-- 김제안 -- -- 변중량 --
백옥봉을 찾아 저물어가는 백마강
그리운 님 소식 몰라 하늘 끝 해남촌을 옛 자취 아물아물 산도 물도 저무는데
홀로 터덜터덜 찾아가긴 간다마는 용도 죽고 꽃도 진 건 그 옛날 일인 것을
어느 곳 저녁별 아래 사립문을 닫았는고? 뜬 인생 부질없어라! 오늘 일인 양 가슴 앓네.
-- 행사스님 -- -- 이명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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