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타는 맛 어이 여태 몰랐었던고? 강 따라 희웁스런 새벽빛 서릿길을
알 수 없으니 그 맛 절로 알겠더구나! 여윈 나귀 종종 걸어 낙엽 밟아 가노라니
먼 들판 나들이 십릿길에 봄날이랑 함께 느직도 하이! 어디서 개 한 마리 컹컹 마을을 짓고 나선다.
-- 권만-- -- 이득운 --
하얗게 물결치는 벼꽃 맑은 강에 바쁠 것 없이
벼꽃은 바람 결에 하얗게 물결치고 맑은 강에 발을 씻고 백사장에 누웠으니
콩꼬투리는 비 온 뒤에 파랗게 맺는구나. 하늘은 풍랑을 시켜 인간 소식 끊었는데
만물이 뜻을 얻으메 콧노래도 흥얼흥얼. 몸과 맘 스스르르 무하향으로 잠겨드네!
-- 설손 -- -- 홍유손 --
한 백년 바쁠 것 없이 그림에 부친 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걸까? 산도 물도 꽃도 풀도 봄 경치 완연하나
오고 감이 본디 자취 나지 않는 거기 그림이란 필경은 한 장면의 곡두인걸!
한 백 년 바쁠 것 없이 느직이 살자꾸나! 뉘 알랴? 우리도 또한 참이 아닌 곡두인지?
-- 김인후 -- -- 김수은 --
버들개지 하나 정으로 얽힌 마음
어디선지 버들개지 하나 사뿐 떨어지기에 바람 소리 저편으로 물방아 쿵덕이고
무심결에 손 내밀어 고이 접어들고서는 찾아오는 사람 없이 사립문은 닫혔는데,
유심히 들여다보다 도로 던져버리네. 닭이랑 돼지랑 함께 정으로 얽힌 한 마을!
-- 노긍 -- -- 조수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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