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새벽이다. 난 침대에 허리만 걸치고 누워있고,
너무나 선명하게, 남편과 아들이 다정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쳐다보면서 흐뭇해했던 내가 중얼거린다.
"깨어나지 말것을...." 꿈속의 그 모습은 너무나 보기 좋았었다.
그러나 몸을 일으키며 나는, 취침전의 두가지 약을 걱정한다. 서둘러 한가지 약을 틀어먹고, 컴을 여는 나!
어제 하루를 난, 한 여인이 쓴 기막힌 자서전을 붙들고 씨름을 했다. 아마도 80세가 훌쩍 넘어 쓴 글인데,
그 책은 출간한지 15년이 지났고,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해서 가슴뛰며 빌려와서 11시간만에 책장을 덮었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그분! 기막힌 삶을 살아내고, 남편과 사별하고 다음해에 써낸 그 책은, 손에서 놓을수가 없이
빠르게 읽어내던 나는, 이틀전에 다친몸인데, 끙끙거리면서도 다 읽어야 했다. 그 책이 아마도 나를 변화시킬것
같은 기대였을까? 다친 다음날, 책을 반납해야 해서 도서관에 갔는데, 책꽂이사이를 더듬다가 발견한 그 책이
너무나 반가웠었다. 그분이 자서전을 내셨다는 소식을 전혀 몰라서였을까? 우연이란게 이런걸까?
밤 9시에 늦은 저녁을 먹고 잠시 허리를 펴보려다가 그냥 잠에 빠져버린 거였고, 내가 간절한 모습으로 그려보던
모습이 너무나 리얼하게 다가와서 그 꿈속에서 나는 행복했었다. 내가 힘들어하니까, 아파하니까 잠깐 다녀간듯한
남편의 배려가 느껴진다. 아들은! 멀리서 살면서, 항상 아픈 엄마가 가여웠을까? 내일은 아들에게 전화를 해보고 싶다.
그분의 책에서,가족에 얽힌 사연이 참 특별함을 느껴서 나는 내 가족을 꿈에서 만난것 같다. 나였다면, 그분만큼 지혜롭게
당당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을까? 그 많은 고비를 넘겨내고 80이 넘은 연세에 풀어낸 삶의 모습이 참으로 훌륭해서 감동
이었다. 이번에 빌려온 책들은 모두 특별한데, 문학코너가 아닌, 다른 코너에서 이끌리던 책들이라 다양하기도 하다.
사람은! 이렇게 저렇게 서로 자극이 되고, 모범이 되고, 깨달음을 주고 받으면서 사는것같다.
새벽 3시가 넘었지만, 마지막 약을 먹고 다시 잠을 청해야 한다. 이만큼의 자유를 누릴수 있는 내 삶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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