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필요할때, 갈등할 때
어떤 일이 다가와서 스스로 깨닫게 하고 맑아지는 힘이 가해진다는 우연같은걸 느꼈다.
참으로 우연이고, 잠깐이었지만, 내 마음이, 순화되고 가라앉는 도움을 받았다.
감동이라고 해야할까? 사람관계가, 열의 절반이상은 실망과 고뇌를 안겨주는구나 하며 낙담하던 때에
그 90어르신과 마주쳤다. 그것도 날이 어두워지는 때에 쓰레기 버리려 나갔다가, 아주 우연챦게 .....
덥고 피곤해서 내일 나갈까 하고 한참 망설이다가 불쑥 일어나서 나간 곳에, 어떤 사람과 마주서서 얘기를
나누던 그 분도, 나도 "혹시"하고 다가가서 확인하는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내가 마스크를 하지않고 안경을
쓰지않아서 낯설었다고 하셨다. 그렇게 반가워하시며 손을 잡으며 하시는 말씀이 "세상에나 왜 이렇게 이뻐요?
마스크를 하지 않으니까 정말 더 이쁘네." 황당했지만 나는 이미 만날때마다 하시는 말씀이 민망했었지만 익숙했던지라
감사하다고만 한다. 가끔 생각이 나면 "그 이쁘다"는 말씀이 어쩜 당신의 인품에서, 그리고 선한 사람에게서
나올수 있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표현일수 있겠구나.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표현인데.... 내 나이를 아시는데!
얘기하던 분이 있어서 근처를 맴돌며 기다렸다. 만나기가 힘드니까 잠깐이라도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좀 어색했지만 나는 진심으로 반가웠고, 그렇게라도 잠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내 성격에 어울리지 않지만!
상대를 보내시고 얼른 다가와서 서로 안부를 나누다가 ,갑자기 나를 끌어 우리집쪽으로 향하신다. "서 있으면 아프니까
가면서 얘기해요" 내 손을 꼬옥잡고 하시는 그 표현이 매번 똑같으시다. "어쩜 이렇게 한결같으실까? 나를 보시면 무조건
나를 위하고 배려하시며 나를 데려다주시는데 오늘도..." 우리집 엘리베이터까지 다 오니까 "빨리 올라가서 누워요" 하며
돌아서신다. 오늘은 덤으로 한 말씀 더하신다. "내가 언제 들릴테니까, 나 돌아설께요" 매번 바삐 돌아서시던 것을, 기억하며 미안해하시는 말씀이었다. 굳이 내게 "나 돌아설께요" 라는 한마디가 너무 감동이었다. 나는 누구에게 그토록 섬세한 표현을 해 보았던가 싶어서였다. 그 짧은 한마디가 감동까지 안겨줄 수 있구나. 내가 밤마다 일기를 쓰며 쏟아붓고 위로받는 일상이지만 그런 표현은 너무 놀라웠다. 왜 꼭 나를 데려다주시느냐고 묻는 내게 "아픈 몸이쟎아. 가여워죽겠어.
누가 그 나이로 보겠수? 이렇게 맨 얼굴로 보니까 너무 이뻐. 너무 고와. 정말로! 오늘은 더 이쁜옷을 입었구려"
실례인줄 알면서 내가 웃음을 떠트리고 말았다. 아마 친구나 이웃이 그렇게 말한다면 내 뾰죽한 성격에 기어이 한마디 하거나, 불쾌할 수도 있는 표현인데..... "왜 오버하세요? 너무 심하시네. "라는둥의 표현을 하면서 표정이 바뀌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멍하니 서 있었다. 10여일 동안 나는 참으로 큰 충격과 분노를 삭혀내느라 내 평생의 최악의 시간을 보내며, 겨우 이겨냈다고 여겼었다. "침묵"으로 대응하자. 내 시간을 뺏기지 말자. 죽을만치 힘든만큼 죽어라하고 참아내자. 그런데
이틀전에 또한번 끔찍한 일을 겪었다. 내가 일상을 이어가는게 신기할만큼 거센 폭풍우같은 일! 그래서 오늘 그 분을 만난일을 더욱 감사하고 있다. 내가 분노하고 밤을 지새며 갈등하며 아파했던 일이 생각나서 혼자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
선한 마음으로, 시선으로, 세상을 봐도 내 남은 시간이 너무나 아깝고 소중한거로구나 하는 생각! 일상속에서 나는 정말
시간을 아까워하며 최선을 다해 사는데, 빌려온 책을 초집중하고 읽어내며 마음을 다스리는데, 하필 지금, 그 분은 나로 하여금 감동케하시는구나. 참으로 부끄러워지게 하시는구나 하는 생각! " 나 돌아설께요" 어느 시인이 이런 표현을 하거나
들었대도 시의 한 구절로 옮겨내지 못할것같다는 마음이다.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하고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