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복숭아 나눔과 만남.

이슬과 노을 2022. 7. 28. 02:25

드디어 그 어르신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나란히 앉아서 나는 그분의 팔을, 손을 자꾸만 만지며 긴 시간을 보냈다.

그분을 마주치면, 나는 착한 아낙이 되어 90도 각도의 깊은 절로 인사를 하게되는게 스스로도 의아스럽다. 그것도 

두세번을 거듭 예를 표하게 되는, 내 안의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하고싶은 만큼의 존경이 깔려있는것 같다. 

오늘은 아침일찍 한의원에 들려 침을 맞고, 옛동네 단골미용실에 가서,  커다란 변신을 해 버렸다. 변신을 하면서, 또 나를 포함해 4명의 낯선 손님과 원장과의 수다도 마음껏 떨면서 속으로 그랬다. "아, 이런 느낌, 이런 분위기도 이루어지고, 나는

아주 평화스럽고 편안함에 만족하고. 혼자만의 일상이 너무 깊게 자리해, 내가 낯선사람들과 이렇게 어울린다는 것이 신기

함도 스스로가 놀라웠다. 5사람 모두가 큰 차이의 세대였지만, 오늘은 내가 너무나 쉽게 흡수되어, 어느새 내가 수다를 이끄는 격이 되었다. 어제밤 제대로 못자고 나가서 계속 밀려오는 졸음에, 그리고 에어콘이 있는데도 모두가 땀이 흐른다고

하는데, 나는 추워서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서 수다를 떨다니....  나의 큰 변신이었다. 원장이 가운을 입혀주고 또 가운하나를 덮어주는 그녀가 참 이뻐보이면서 오늘의 나는, 예기치못한 나의 몸과 마음의 돌연변이가 되었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는

내가 실은 무척 외로웠고, 사람이 그리웠던 탓일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 내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말을 거는것도 

아니고 모두 퍼머를 하러 들어와 만났는데, 내 이상한 성격이 숨어버리고 아주 푸근한 어른이 되어있는것 같았다. 얼마전,

낯선 이가 너무나 빨리 내게 다가오는데, 내가 한 말은 참 파격적이고 당돌했었다. "아니, 왜 나한테 이렇게 친절하세요?

이러면 정들어요. 정들면 안되는데?..." 다행히 그녀는 나만큼 뾰죽하지 않아서 내가 사과를 하거나 후회를 할 필요없이

넘어갔던 일이 있을만큼, 나는 극과 극의 당돌함과 예리한 표현을 거침없이 하곤 하는데, 수없이 상처를 받으면서도 상대방이 너무 나를 나약하게, 후한 사람으로 보고 마음놓고 나를  자극할때, 그에 대한 판단이 서면 가차없이  쏱아붓는다.가족들이나 아주 친한 친구들이 걱정할만큼 여리게 보이면서 살아왔다. 가장 측근인 그들에게, 나는 기꺼이 받아들이고 화가 나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너는 그래가지고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갈래?" 그 말에 나는 익숙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오늘의 나는 무서운 폭염의 날씨만큼 다른 사람이었고, "참, 이런 마음으로, 좋은 일도 있는, 좋은 날이 많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과 함께! 아파트 입구에 복숭아를 파는 추럭앞에서 한참 망서리다가 괜히 사고싶어져서 20개도 넘는 맛있는 복숭아를 사서,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들어오다가 집앞의 벤치에 10명쯤 되는 노인들을 발견하고,  갑자기 내가 걱정하고 알길없어 포기단계였던 그 90어르신 생각에 혹시나 하고 다가가서 자세히 그 어른신에 대해 설명하고 혹시 아시는 분 있느냐고 물었다. 정말

너무나 쉽게 한사람이 전화를 걸었고, 누가 찾는다고 하는 설명을 듣고 금방 나오셨다. 벌떡 일어나서 거듭 깊은 절을 하고는 나도 모르게 그분을 안았다. "에고 이러다가 둘이다 넘어지겠수" 그리곤 캐리어에 있던 묵직한 복숭아를 나누어드렸다.

그리곤 작정하고 다른 벤치에 앉아서 차분히, 자세하게 내 마음을 고백했다. 웃읍게, 재미있게 재롱같은 얘기를 오래 하다가 정식으로 약속했다. 엄마같아서, 너무 인품이 좋으셔서  자꾸 찾아보고  부담도 드렸는데, 이제 그렇게 하지않겠고, 다만 제 주소만 알고계시다 아무때고 들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그분의 표정이 갑자기 변하시고 의아해하시면서 우리집을 향해 앞장서신다. "어디 가세요?" 항상 하던 말을 하며 따라가는데, 역시 우리건물 엘리베이터를 눌러  움직이지 않게 하시고는 "빨리 올라가서 누워요!" 였다. 내가 황급히 확인하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신다. 어쩌면 항상 똑같은 모습과  똑같은

한마디로 돌아서시는 그분에게 나는 가슴이 뭉클하게 감동하고 있었다. "아, 이런 만남이, 이런 좋은 분을 만났구나. 내게 이런 인연도 생기는구나. 이제 다시는 찾지않고 부담스럽게 해드리지 않아야 하겠다." 그 연세에 몸이 너무 안좋아지는 과정을  겪는 모습이 나를 가슴아프게 했지만, 내가 사과를 하고 정중히 약속까지 하게 만드는 그분의 인품!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없을것 같은 만남과 감동이었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 아주 평범하고 편안했고, 겸손하게도 만들어준 날이다.

아주 빠알갛게 잘 익은 복숭아 한 보따리를 풀어놓고 웃었던 하루의 마감이, 그분과의 만남이 이루어진......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하루  (0) 2022.08.03
메리와 밍크  (0) 2022.08.01
부러진 우산살  (0) 2022.07.27
나는?  (0) 2022.07.24
우정  (0) 2022.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