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자연의 힘

이슬과 노을 2022. 8. 9. 02:43

자연의 힘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같다.

해마다 여름이면 오는 장마가, 이번엔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 이치를, 그 힘을 어떻게 원망하거나 불평할수 없음으로,  모두들  아연해진다.

작년 여름을 어떻게 보냈는지가 기억해내기 힘들만큼 모두 작아져야 하나보다.

오늘 나는 그 요란한 비와 천둥번개속을 뚫고도, 침을 맞으러가고, 올때는 다리운동하겠다고  

걸어 오면서도 감상에 젖었던 생각인데, 인터넷에 떠오른 사진을 보며 부끄러워져야 했다.

차가 물에 둥둥 뜨는 사진, 각곳의 피해상황때문에..... 내기비를 정말  좋아한다면서 감상에 젖다니!

나도 오는길에 들린, 제과점에 갇혀 한시간넘게 막막했다. 우산이 꺽여지고 번쩍이는 번개에 당황하는 사람들모습!

직원이 극구 말린다. 나가면 안된다고, 쓰러진다고, 그냥 기다렸다가 가라고!

넋놓고 유리창너머로 그 빗줄기를 가늠하는데, 제과점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모두 흠뻑젖어있다.

큰 우산과 쇼핑백을 들고서, 제법 먼 집으로 돌아갈 일이 막막했지만, 짐작만으로 나섰다.

잔뜩 움츠리고  학교 담장을 끼고 걸으면서 엉뚱하게도  머언 옛날 기억이 되살아났다.

미국에서 보던, 비와 눈의 위력을 경험했지만, 지나간 일이라서 이미 추억으로 남아있다.

오늘도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무서운 빗속을 뚫고 2시간쯤 운전하며, 운전대를 잡은 손목에 묵주를 감고 주기도문을 끝없이 올렸다. 와이퍼가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생각이었지만, 워낙 긴장을 하니까 그 속을 뚫고 무사히 집에 도착해서 누워버렸다. 매번 나는, 누워버리는 일로 마감을 하던 긴박했던 이민생활! 지금 생각하면 도저히 상상하기도 힘든 그때의 나는, 긴장감과 아들에 대한 모정이 나를 강하게 했던것 같다. 한 번도 새차를 사지 못하고 중고차로 수없이 바꾸면서도, 현실을 인정하고 체념하며 살아냈던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이 모습으로 추락했다는 사실이 우울하게 한다. 한권의 수필로 그 고생담을 엮어 세상에 내놓겠다며, 열심히 한달 5일을 컴을 두드리던 것은, 누구에겐가 알려주고, 경각심을 일깨워주고싶다는 제법 큰 의지였던것 같다. 그래서 이메일을 통해, 전해오던 감사하다는 말, 그리고 이민준비를 하다가 내 책을 읽고 마음을 돌리게 되었다고 하는등, 보람도 없지 않았고, 특히나 필명을 지어주며 응원해주던 남편에게 감사했었다. 그 때만 해도 

내 두다리는 멀쩡했고 허리수술의 후유증을 안고있었어도 취미생활을 위해 몇군데의 대학문화센타를 찾아  황홀했던 기억이 내 가슴에 차지하고 있다. 노랑 고무줄로 묶은 만원권 지페를 내어밀던 남편은, 신문에서 본 강좌를 일러주며 고생끝에 돌아온 나를, 연민같은 시선으로 바라봤던 표정을 잊을수가 없었고 행복했던 내 전성기였다, 세월이 흘러 그런 기억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낼 수가 있었을까 싶을만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나는 참으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구나 하며 돌아본다.

그 무서운 빗속을, 두시간쯤을 달려냈던 그 깜깜한 밤길! 오하이오주에 다녀오던 길은 손목에 묵주를 감고 끝없이, 간절하게 주기도문을 올리던 절박함으로 가능했지 싶다. 연한밤색의 덩치크고 오래된 내 차의 모습!이 뚜렷한 것도 "추억"이래서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장마로 입은 피해때문에 정신이 없을꺼야 하는 생각때문에 미안해할줄도

아는것 같다. 감히 추억을 불러와서 느끼는 이 복잡한 심정이, 새벽을 지키며 컴을 두드린다. 그래!지나간 일이라서  아름다울수도 있는거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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