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높은 산속의 저녁 (어머니에게)

이슬과 노을 2022. 7. 19. 23:16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알프스가 빨갛게 타고 있습니다.

이 빛나는 광경을 지금 당신에게 보이고 싶습니다.

말없이 당신과 함께,  더없는 기쁨 앞에 가만히 서 

있고 싶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왜 돌아가셨습니까.

 

골짜기에서 이마에 구름이 낀 밤이 엄숙하게 솟아올라

서서히 절벽과 목장과 묵은 눈의 빛을 지워 갑니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 없이는 시들합니다.

 

주위는 아득히 어둠과 고요

나의 마음도 따라 어두워지고 서러워집니다.

지금 내 곁을 사뿐한 발자국 소리 같은 것이 지나갑니다.

"얘야, 엄마다. 벌써 나를 몰라보겠니,

밝은 대낮은 혼자서 즐겨라.

그러나 별도 없이 밤이 와

갑갑하고 불안한 너의 영혼이 나를 찾을 땐,

언제나 너의 곁에 와 있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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