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을 거닐면 참으로 이상하다. 지친 여름이 고개를 드리우고
덤불과 돌은 모두 외롭고 호수에 비친 그의 퇴색한 모습을 들여다본다.
수목들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피곤에 지친 나는 먼지에 싸여
모두가 다 혼자이다. 가로수 그늘을 거닐고 있다.
나의 생활이 아직도 밝던 때엔 포플러 사이로 있는 듯 없는 듯 바람이 지나간다.
세상은 친구로 가득하였다. 내 뒤에는 빨갛게 하늘이 타오르고
그러나, 지금 안개가 내리니 앞에는 밤의 불안이
누구 한 사람 보이지 않는다. ㅡㅡ어스름이ㅡㅡㅡ죽음이.
모든 것에서, 어쩔 수 없이 지쳐, 먼지에 싸여 걷는다
인간을 가만히 격리하는 그러나 청춘은 머뭇머뭇 뒤에 처져서
어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고운 머리를 갸웃거리고
정말 현명하다 할 수가 없다. 나와 함께 앞으로 더 가려 하지 않는다.
안개 속을 거닐면 참으로 이상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
사람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