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 아들이 나를 놀라게 하던 한마디가 떠올라서 혼자 웃음이 나오고,
그 옛날이 너무 그리워지는 감상아닌 감상에 푹 빠져보았다.
남들과 많이 다른 모습으로 살아낸 내 삶은 오롯이 내 탓인데, 그런 그리움이 사치같기도 하고, 애가 유치원에 가기전에는 참 풋풋했다. 무어 복잡할 것도 없었고, 교사인 남편의 기준을 허물고 싶지않다고, 나름 얌전히, 무리하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추억이 쌓여가던 시절! 그런 엄마에게 흡수되어 애가, 파격적인 말을 하게끔 한게 내 잘못인양 미안했었다. 당일 코스로
여행을 즐겼었다. 내 삶에서. 유일하게 즐기면서도 괜챦은 내 취미생활이었고, 남편에게도 굳이 미안해하지 않고, 기차를 타거나 고속버스를 타면서 아이손을 꼭 잡은채, 계절이 주는 다양한 풍경을 보는 것은 더 없는 행복이 되어주었다. 무조건 목적지를 정하고, 왕복티켓을 사서는, 그곳에 내리면 잔치국수라도 요기를 하고, 이미 예약된 티켓에 맞추어 미련없이
되돌아오던 짧은 여행! 기차시간이 좀 남으면 아이가 좋아하는 걸 먹이면서 마냥 좋아라였다. "에고, 이모랑 놀러왔구나?"
뭐 대강 그런 지나친 말에 아이는 가차없이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모 아니고 엄마인데요? 우리 엄마는 --살이고, 우리 아빠는 --살이예요." 어린 아이들은 곧잘 어른들을 당황하게, 혹은 미안하게 만들어버린다. 숨차게 집에 도착하면서 옷을 갈아입는 나를 올려다보면서 "엄마! 우리 어디갔다가 온거 아니지? " 그러면서 자기도 바쁘게 옷을 갈아입는다. 엄마가
아빠한테 자랑을 하지않고 몰래 다니는것을, 이미 파악이 된 애를 바라보면서 어이없기도 했다. 그냥 못들은척 해버려도,
다음에도 또 다음에도 아이는 그걸 지키느라고, 쌕쌕거리며 엄마에게 맞추며 따라다녔다. 그래서 뜬금없이 갑자기 해버리는 말! "엄마! 비온다. 우리 고속도로 달리자" 절대 아빠 앞에서 하지는 않는 애를 바라보며, 내가 애를 어떻게 키우는거야
싶어서 걱정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해! 남편이 수학여행을 인솔하고 떠났을 때 대단한 일을 벌렸다. 어느곳에 가서 일박을
하겠다고 가슴 콩콩 뛰며 목적지와 기차시간등등을 준비하고 떠났다. 그 시절, 컴이 있어 검색을 하는것도 아니고 평일날
고속버스터미날에 직접가서 티켓확보를 하고 근처 사정도 확인해놓고 했던것은, 지금 내 모습을 내려다보면, 현관에 세워둔 워커와 지팡이들을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언제 또 넘어질지 모른다며 의사가 무조건 가지고 있으라고 했었다. 양쪽을 다 고관절 수술을 해버린 내 몸! 이런 내가 추억을 더듬는다구? 이런때 나는 "anyway " 하면서 혼자 말을 바꾼다.
anyway 그 추억때문에 오늘은 덜 힘들었다. 연속 추억씨리즈를 두드리는 내 모습은 정말 웃긴다는 것을, 느낄줄은 아는 감성인데.... 어느 호숫가에 민박을 잡고 주인집에서 부업으로 하는 뱃놀이를 잠깐 하러 나갔다. 그게 밤인지 새벽인지는 전혀 기억이 없는 채, 아이가 하던 말은 압도적이었다. 손만 꼭 잡은채 나혼자 도취하고 있는데 "엄마! 왜 물에서 연기가
나와?" 눈을 떠보니 정말 맞는말이었다. 그 모습은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다. 그걸 "물안개"라고 한다며 설명해주는 아저씨
말에, 고개를 갸웃한채 입을 다물어주어서 고마웠고, 이렇게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내겐 추억정도가 아니라 큰 사건이 되어 명화처럼 남아있다. 그 어떤 표현도, 묘사도 어렵다. "모네"의 정원과 극한 대칭이지만, 비길바가 아니었다. 가끔 대형
서점에 나와있는 미니액자의 카피에도 잠시 멈춰서보지만 "신비로움?"이 서린 모습을 그곳에서 보았다는 것은 너무 뜻깊은 일박이일의 여행이고 아이가 물어본 그 한마디또한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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