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머언 기억들로 수다?

이슬과 노을 2022. 7. 4. 01:06

집주인여자의 깔끔병때문에 나갔다 들어오면, 바로 물바가지를 들고 뒷걸음치면서 내 발자국을 씻어내리는 풍경

을 연출했던 새색씨! 그게 그렇게 예민했고, 자존심회복이라는 명제를 부쳐가면서 사는 내게, 어느날 남편이 이사하자고

했고, 나는 어울리지 않는 애교를 부리며 감격했었다. "저기요, 있쟎아요, 너무 고마워요." 남편을 부를일이 있으면 호칭이 

마땅챦아서 쓰던 내 말을, 그렇게 웃으워하던 남편이 가르치려고 들었다. "그냥 여보! 하고 부르면 되는걸  가지고, 뭐라고

더듬거리는거야?" 나는 질색을 하며 거부했다. "징그럽게 무슨 여보예요. 내 맘대로 부를거예요" "하긴 그 고집에 선뜻

내 말을 들을리가 없지. 맘대로 해봐. 내가 쳐다볼때 까지 계속 수십번 불러봐." 그러면서 못들은척 딴청을 부리면, 다가가서 몸을 돌려놓고 얼굴앞에 대고 기어이 "있쟎아요,"를 하고는 둘이서 함께 웃어댔던 기억! 왜 8살 차이나는 사람에게 시집

가느냐며, 친구들이 불러내서 설득작업을 했었는데 "너가 뭐가 모자라서 그 늙은 남자한테 시집가니? 그냥 파혼해."

나는 기절을 하며 그애들을 깡패쳐다보듯 했다. 결혼식 일주일전, 명동 어느 지하다방으로 불러낸 친구들은 그래도 내 체면이 있지, 깡패같은 애들은 아니라서, 내 반응에 놀라서 한참동안 붙들고 있다가 풀어주었다.밤늦게 돌아오면서 후회도 없었다.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 그런짓을 해?"연애결혼도 아니었고, 동생의 담임한테 얌전히 학부형 노릇을 하러 갔다가 택하고, 박력있게 도전한 그 사람을, 거절하고 헤어졌었는데, 우연히 버스에서 마주쳐, 운명이 되어버렸다는 내 사연! 그건

그 여학교에서 꽤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고, 연애담을 이야기 해달라고 떼를 쓴다고 했다. 24살의 신부, 32살의 신랑은 정말 파격적이라고들 했었고, 나는 우리집이 양반집이니까, 얌전하려고 애썼던 사고방식일 뿐이었는데, 남편을 만족시켰다고 했다.양반 성씨인데다 화장을 전혀 하지않고 머리도 긴 생머리라서 반한거라고, 그 머리때문에 했는데, 이런 고집불통에

뻣뻣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하면, 나는 꼭 하는 말이 있었다. "장충단 공원의 고목나무 아래 세워놓고는, 미안해요.

나이많은 내가, 어린 미쓰윤을 데리고 가서! 내가 잘 할께요" 그말을 톤까지 낮추어서  읊조리면, 결국 웃음터지던 남편! 그 옛날에 운좋게 장가들게 해준 나는, 항상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다. "얼마나 바보였으면 그런 좋은 일을 하니? 너 아니면

그사람 혼자 늙을가봐 불쌍했니?"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친구들은 나를 놀려대었었고, 우리집은 노처녀로 꽤 오래 버티던 몇몇친구들의 아지트가, 상담소가 되어가고 있었다. 내 별명이 "무조건 YES" 였고, 인심이 좋아 우울하면 우리집을 찾아오고, 나는 남편퇴근시간까지 상담사가 되어주었었다. 그 무조건 YES는 바보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결혼식을 가까이

남겨놓고 아주 심각하게 밤시간에 불러내어 아주 어렵게 꺼낸 신랑말에 무조건  끄덕끄덕 했다. 2가지 약속을 하려고 한다며 꺼낸 얘기는! 본인은 양심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나는 불쌍해서 들어주었다. 노총각이 장가한번 가겠다고 별 연출을 다 하는구나 하면서! "나는요! 미쓰윤이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돌아왔다고 해도 결혼하고 싶구요. 두번째는, 아이를 한명만 낳기로 약속해주면 좋겠어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면서 그냥 고개를 끄덕여만 주었다." 그게 큰 실수였던지, 준비에 열중하던 남편이 또 내 동정심을 유발시켰다. "저, 예식장에서 머리는 그냥 생머리로 하고, 신발은 구두가 아닌 고무신을 신으면 안될까요?" 나는 기어이 폭발했고, 그가 딱해보이기 까지 했다. 그가 작은 키 때문에 얼마나 고민하는가 하면서! 시장에 가서 발레용 같은 단화를 샀고, 결혼식 당일 미용실에서, 직원에게 신랑의 희망사항을 얘기하면서 기초화장만 부탁했다. 그녀가 너무나 놀라며 반응을 했지만,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몇십년지켜온 직업이지만, 이런 바보같은 신부는 처음이얘요." 내가 오히려 이상해했더니, 결국 분홍색 카네이션 3송이를, 긴머리에 간격띄어 꽂아주었다. 그러고는 예식중에, 내 실수로 박치기를 해버려서 소란스러웠다. 하객의 대부분이 교사들이고, 학생들이 책상을 두드리며 떼를 써서 몰려왔던터라

난리도 아니었다. 맞절을 할때 한발 뒤로 물러서서 숙이라고 했다는데, 나는 서 있는것 자체가 신기할만큼 무릎이 꺽이려는듯 힘들었었다. 청심원을 엄마가 먹였는데도 ..... 사진촬영에도 내가 말썽이었다. 왜 웃지 않느냐고, 스마일을 못하냐고!

가장 큰 바보짓은, 내 실수는, 신랑이 하는말을 다 YES 해버려서 예식장도 아닌, 학교 바로 아래있는 드라마쎈터였다. 동료들이 식장에 참석하려고 수업에 지장을 주게 할 수 없다고 어렵게 설명하는 모습이, 내겐 모두 "아! 이게 늙은 신랑의 애환

이구나, 참 딱하기도 하지." 그렇게 내가 스스로 쿨한척 해서 빚어낸 일들이 유난히 많았다.결혼식 다음날 태연히 출근한 신랑때문에 또한번 여햑생들과 동료들이 놀라고 소리치고 난리였고, 교장선생님까지 한말씀 하셨다고 했다. 신혼여행을 방학때로 미루자는 말도, YES 한 죄로, 아침에 호텔에서 나와 자기집에 내려놓고는 출근해버려서,나는 퀴퀴한 노총각의 방에서 왼종일 쭈그리고 앉아서 한복차림의 고생을 해야했다. 안채의 시댁식구들은 내고충을 전혀 짐작도 못하는듯조용했다

신랑이 모두 내게 허락받은 일들이었지만, 나는 그 성격때문에 지장이 많았는데, 너무나 익숙한 내 반응을 믿고 편하다가,

나중에 드러나는, 애교없고 고집센 내게 자꾸만 놀라했다. YES 연발이, 내가 착해서 그런게 아니고, 요새말로 쿨한것을 모르던 노총각! "노총각이 장가한번 가겠다고 참 애쓰는구나. 딱해라" 그런 생각이었다고 한참 지나서 마구 쏟아냈었다.너무 억울해서! "장모님! 어떻게 이런 쇠방망이 같은, 고집불통인 사람을 저한테 주셨어요?" 정말로 놀라며 쳐다보던 엄마모습에 내가 열심히 설명했다. 걱정 말라고!  나는 오늘 너무나 힘빼며, 탈진할듯 개그를 하고 있는것 같다. 아니 사실이다.

왼종일 가슴이 뛰고, 울고싶은건, 내일 아침부터 시작되는 한의원 치료! 정말로 복잡하고 힘든 일과가 시작되고 나는 그걸

일종의 고난이라고 느낀다. 출발하기 직전에 샤워를 해야하고, 침을 맞기위해 노출이 심하고, 엎드린채 한시간을 견뎌야 하는, 살짜기 오른편의 어깨와 팔을 보면 파르르 떨고있는 긴 침! 허리며 다리며 다 차지하는 그 침외에, 눌르고  조이고......

그렇게 다섯단계의 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때면, 힘을 못쓰는 두다리를 지팡이에 맡기고 걷는일도, 얼마전부터 시작한 내 방법이다. 갈때는 버스로, 올때는 굳어버릴까봐 움직이는 다리운동! 다행히 외진길이고, 정자가  3군데 있어 나는 누워버리고 쉬어야만 해서 한시간쯤 걸리는 그 길을 폭염이라고 난리인데 어떻게 하나. 일주일을 내맘대로 파묻혀서 휴가라며

끝없는 생각을 하느라 지쳐버렸다. 결국은 낙담과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딱하다고, 들여다보며 쯧쯧거리는 노인들이

무섭고 싫어서 피하느라 힘들다. 어떻게 그렇게도, 인정사정없이 동정해주는지, 그 쯧쯧거리는 소리를 하게 하는 내 모습인가? 바깥을 나오지 않아야 면하는데, 나는 일주일이 너무나 선생님께 미안했다. 물어보지도 않고 쉬어버린게 정말 미안했다. 그래서 더 많이 아프니까! 내겐 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럴수록 컴에 빠져보고, 일기같은 수필을 씨리즈로 써댄다.

나 때문에 많이 참고, 고생하다 먼저 간 그 사람에게는 무한정의 참회이다. 자식을 유학시킨다며 뛰어든 이민길에서 시작된

사고와 수술등이 이제껏 이어지고, 나는 가진게 이게 다인양, 두대의 컴을 사용하며, 두드리는 유일한 낙이 되었다. 이마져도 없으면, 무조건 눕는 자세로 버티는게 얼마나 지루하고, 황금같은 시간인가? 이렇게 멍하니 바보가 되어버린 일상을  뒤늦게 선물받고도,허전해서 이어지는  일! 왕복 택시비가 아깝지 않는, 3주일의 기간에  맞추어, 7권의 책을 빌려오는 일에

결사적으로 충실하고 읽어댄다. 화투가 참말로 시간잘가는데 최고라는 노인들이 외계인같다.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까운데 인심쓰듯 일러준다. 목례만 하고 돌아서는 내 모습에 내가 슬퍼진다. 이 처지에 나만 기막힌 시간관념!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게 내 탓이지만, 함부로 동정하는 그들이 너무나 싫다. 간절히,진심으로 원하는 조언이 아니라면, 충고라는걸 쉽게 하는게 아니라는게 내 생각이고 고집이다. 발톱에도 메니큐를 발라야 덜 창피한 노출! 그 하나하나때문에 챙기는게 너무

많은건, 나서기 전에 이미 땀에 젖는다. 놓아버리고 싶다. 벗어나고 싶다.그러나 결국은 내 욕심과 고집부터 포기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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