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했건만 오는 게 어찌 이리 늦는지 사람마다 각각 좋아하는 바가 있고
뜰에 핀 매화 시들려고 하는 때가 되었네. 사물은 원래 항상 마땅히 그래야만 한 것은 없다네.
홀연 가지 위에서 까치 소리 들리자 누가 학 너를 춤 잘 춘다고 했나
거울 보고 공연히 눈썹을 그려 보네. 한가롭게 서 있는 때만 못한 것을
--이옥봉-- --백거이(당)--
벚꽃 유감 봄눈
지난 겨울은 눈이 꽃과 같더니 봄눈이 공중 가득 내리는데
올봄은 꽃이 눈과 같구나 닿은 곳마다 마치 꽃이 핀 듯하구나.
눈도 꽃도 모두 진짜가 아니거늘 정원 안 나무에서는 알 수 없어라.
내 마음 찢어지려 함을 어찌할 거나. 어느 것이 진짜 매화인지 모르겠네.
--한용운-- --동방규 (당)--
봄의 원망 봄을 찾아서
땅 쓸고 꽃잎 떨어지기 기다리는 것은 하루 종일 봄을 찾았으나 찾지 못한 채
꽃잎에 먼지 함부로 달라붙을까 봐서라네. 지팡이 짚고 몇 겹 구름까지 갔었던가
상춘객들은 봄 아끼는 마음이 적은지 집에 돌아와 매화 가지 슬쩍 바라보니
꽃잎 밟으면서 봄을 찾아 나선다네. 봄은 가지 끝에 이미 흥건하다.
--왕안석(송)-- --대익(송)--
송춘사 매화 그림
하루하루 사람은 부질없이 늙어 가는데 아직 잔설이 남았는데 어디서 봄빛을 찾을까?
해마다 봄은 다시 돌아오네. 초당 남쪽에 매화나무 꽃가지 점점 피어나네.
한 동이 술 있는 걸 즐기면 되지 따뜻한 봄바람에 복사꽃 살구꽃 피기 전에
꽃 날리는 것을 애석해 할 필요는 없네. 쇠같이 단단한 가지에서 차가운 향기먼저 번지네
--왕유(당)-- --운수평(당)--
산을 다니다 강 위에서
종일토록 산을 봐도 산은 싫지가 않아 사람됨이 편벽하여 좋은 글귀에 탐닉하니
산을 전세 내어 그곳에서 늙어 가리라. 말이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으면 죽어도 그치지
산에 핀 꽃 다 져도 산은 그대로이고 않으리.
산골 물 흘러도 산은 절로 한가롭네. 늙어 세월 가면서 시편엔 온통 흐트러진 생각
--왕안석 (송)-- 주어지고 봄은 오지만 꽃과 새에도 근심
지지 않네. 새로 물 난간 보태지니 낚시 드리울 채비 갖추어졌고, 예부터 뗏목에 붙어서 배
타는 것을 대신했네. 어떻게 하면 도연명과 사
령운 솜씨와 같아져. 글들로 하여금 그분들의
것과 더불어 노닐게 할 수 있을까?
--두보--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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