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절실하면 용감해지는.....

이슬과 노을 2021. 12. 4. 01:31

일주일이 지나도록 나 자신을 참담하게 하는 헤프닝을 벌린 일이 있었다. 책을 읽거나 바느질에 치열하게 매달려봐도

마음이 복잡하고 지워지지 않는 쓸쓸한 일이다. 내가 과연 그렇게 용감한 사람이었던가? 하는 생각은! 만일 그때 내가 그토록 절실하지 않았다면 포기하고 돌아섰을테지 싶은 자각때문에 더 힘들다. 너무나 간절하게 필요한것이 있는데, 멀리까지 찾아가서 구입할 엄두가 안나서 미루다가, 어쩔 수 없이 길을 나섰다. 올때 갈때 무조건 택시를 타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 갈때부터 마음이 변해서 택시비가 아까워서, 버스를 타려고 한정거장을 걸어야 하는 무리를 했고, 또 잘못내려서 그보다 더 긴 거리를 걸어 도착해서, 필요한 물건을 골라 카트에 담으니 한가득의 부피였고, 미리 챙겨간 대형쇼핑백에

옮겨담아 바닥에 놓고 손잡이를 만드는 찰나에 누군가가 내 카트를 끌고 가버리는 것을 느꼈다. 내가 서있던 장소는 계산대 옆에 카터를 즐비하게 정돈해서 세워둔, 그 바로 옆이었다. 돌아보니 이미 파악되지 않는 그 존재였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게 그 대형마트매장안은 사람들이 아주 많았고, 포기를 하고는 안내데스크로 가서 방송을 부탁했다. 그 옆에 지켜서서 방송을 두번해달라고 할만큼 간절했다. 잘 들리지 않아 방송되어 나가는게 맞느냐고도 물었던 나! 요구 사항을 들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직원도 당연히 의아했으리라고 믿었던 것은! 분실물이 지팡이 였기때문이었음을

인정해야 하지만, 나는 바로 매장안으로 들어가서 한사람 한사람의 카터를 들여다보며 확인해야했다. 그게 가능하다고 믿었다면 내가 너무 바보스러웠지만, 나는 마트에 가면 일단 카트를 하나 꺼내서 지팡이부터 바닥에 비스듬히 눕혀놓고

손잡이에 내 몸을 기대고 돌아다닌다. 그 습관대로 한것이었고, 일단 짐부터 꺼내고 지팡이를 꺼내드는 순서로 내 몸이

입력(?)된 탓에, 빈것인줄알고 집어간사람을 탓하기만 할 상황이 아니었고, 나는 오직 지팡이를 찾아야한다는 절실함의

원인이, 지갑에 남은 잔돈이 2만원정도 밖에 안되었다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생각한것은 전에 살던 곳의 의료용품 가게에 가서 하나 사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돈도 부족했지만 그 큰 짐을 끌고 찻길까지 갈 수도 없는 내 다리! 그런데

매장안을 뒤지고 다니던 나는, 오른쪽 바지를 움켜쥐고는 그손에 힘을 주고 다리를 끌어가는 기지(?)를 발휘하고 있었다는 기억이 웃읍다. 내가 한사람 한사람의 카트를 들여다보는 순간에 저 앞에 사람들은 앞으로, 옆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너무나 무모한 짓이고, 지팡이를 찾으리라는 희망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찾아낸 것은, 나자신도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어느 남자의 카터에 내 지팡이의 손잡이가 눈에 들어온 순간에 나는 무릎이 꺽이는듯 긴장이 풀렸지만, 내 몸은,

다리는 쭈그리고 앉는 자세도 불가능해서 카트를 잡고 기대어야 했다. "아저씨! 방송도 했는데 몰랐어요?"하는 내 말에 멀뚱멀뚱한 얼굴로 "무슨 방송이요? 나는 그런거 안들어요. 근데 왜 그러세요?" 나는 아무말없이 지팡이만 꺼내어 돌아서버렸다. 많아야 40이나 되었음직한 그 남자의 태도는 너무 기막혔고 그런 사람에게 어떤 말도 섞고 싶지않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맡겨둔 내 짐을 찾고, 안내데스크에 가서 내 물건 찾았다고, 방송 고마웠다고 내 할일은 챙기면서 어느새 나는 핸드폰으로 콜택시를 부르고 있었고, 기사님이 친절해서 내 짐을 올려주고 내려주고 엘리베이터앞에다 얌전히 놓아주기에 고맙다는 인사를 몇번이나 하고는 집에왔다. 집에 가면 무조건 누워버리자 하던 생각도 접고는, 거실의자에 앉아서 새벽한시를 채우고 있었던 것은 블로거에 개근인 내가, 아주 중요한 약을 새벽 한시에 마지막으로 먹어야 하는 철칙

을 지켜야 할 만큼 그 몇종류의 약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불쌍한 생각탓이었다. 그렇게 철저하게 지키지 않으면 이나마

일상을 살아낼 수도 없음 또한 우울하지만 잠자리에 든 내가, 그 다음날 밤까지 내쳐 자버렸다는 것이다. 자세히 기억을 더드어보니까 내가 눈을 뜨고 "응? 아침이네" 또 눈을 떠보고는 "응? 밤이네?" 그랬다는 것이 웃읍다. 정확히 다가온

몸살약을 먹으면서도, 나는 오늘도 새벽한시를 지켜내고있다. 새벽 3시 반에 컴 자판에 이마를 대고 자다가 깬 기억도 몇번 있지만 나는 야행성이고 7년이 넘게 꼬박 나를 데리고 다닌 지팡이가 고마울뿐이다. 부엌에서 일을 하다가도 바라보곤 하는 그 지팡이지만, 내 다리는 회복은 커녕 점점 더 무거워지면서 내 마음과 닮아간다. 한가지! 교훈이거나 참고가 되어준 이번 헤프닝은 절실하면 용감해진다는 느낌이다. 지갑에 6만원이 남았었다면 그런 결사적인 행동에 이르지않고 얌전히 돌아서왔을테고, 그런 흉한 행동을 했던 내 등뒤에서 "뭐야? 왜 저래? 왜 남의 카트는 들여다보는거야?" 하면서 어이없어했을 사람들이 있었을거라는 생각은 우울함을 더 해준다. 절실하다는 것이, 그런 이유로 용감해지기까지 하는 것은 그 사람이 말하던 ".......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함으로!" 를 되새기게 만든다. 그가 나를 지켜본다면 가엾다는 생각이라도 해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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