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나를 옛날로 데려다 준 음악들.

이슬과 노을 2021. 10. 7. 01:49

뜻하지  않게 침대신세를 지며, 옆에 충전시키는 핸드폰으로 옛날로 돌아가게 되었다. 음악은 마음의 치유가 되고, 혼자의 시간을 맘껏 넓혀주는 것 같다. 열심히 작업실정리를 하다가 허리가 너무힘들어, 기어가서 침대에 누워버렸는데, 허리를 펴고 다시 일을 해야지 하는 생각은, 음악때문에 추억에 푹 빠져서 오늘을 마감해버렸다. 하던 일을 포기하고 음악에 취해서 내 기억은 아주 멀리, 그리고 나른히 나를 풀어주었다. 거의 옛음악의 프로인듯한, 그 시간대의 그 프로는 내가 산책하며 듣는 프로였었다. 한동안 그 프로를 챙겨듣지 않다가 저절로 듣게 된, 그 시간의 그 DJ는 몇십년동안의 내가 좋아하는 음성과 곡 선곡이었고, 세번이나 내 신청곡을 들려주었고,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어느 가을날에 남편과의 추억도 만들어 주었는데, 그가 떠난이후, 한동안 그 시간을 듣지않으려고 한 기간도 있었지만, 그 감정을 넘어서서 편하게 다시 듣는다. 세월이덮어주는 힘은 누구나 경험하지 싶다. 그래서 고난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다시 추스리는 게 인생인것 같다. 그녀가 이뻐서, 고마워서 몇가지 작품을 챙겨서 방송국에 보낸일이 있다. 요런걸 갖추어서 보내야지 하며 열심히 만들때 나는 설레임같은것도  느꼈고 보낸후 잠시 뿌듯하기도 했는데, 우연히 메일을 정리하다가, 그녀의 인삿말을 뒤늦게 발견하고 "역시 이뻐" 그랬다. ".....아무개입니다. 감사인사 올립니다" 날짜를 보니 내 소포를 받고 곧장 답한것이었다. 많은 

청취자를 대하는 자세가 이런거구나. 그런데 내 메일주소는 어떻게 알았을까" 싶으면서 참으로 겸손하고 깔끔한 두귀절은 아마도 함께 보낸, 새볔녁에 쓴 편지에서 내 나이를 가늠해서 존칭을 쓰는 쎈스였다. 부담스러울가봐,  "제가 바느질을 아주 좋아합니다. 오랜 팬이구요. 그래서..... " 두 사람의 몇 문장으로 오간 대화가 참 특별한 추억도 되어주었다. 혼자 끙끙거리다가 그녀의 오프닝멘트와 함께 푹 빠져서 나는 자꾸만 옛날로, 옛기억들로 돌아가며 푹 쉴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 3일째 이어지는 내 작업장의 정리를 하면서 허전하고 섭섭하고 복잡한 내 심사가 정리도 되는것 같아서 결국 고마운 기회가 된것같았다. 팝송이 마악 번지기 시작하고 모두들 열광도 하던 초반기의 그 팝계는 모두들 교양처럼 기본은

가지려는듯 심취할때였다. 나의 여고시절이 정점이 되어서! 좋아는 하지만 그 가사내용이 궁금한 소녀들은 그에 관한 

책자나 신문들을 구해서 애를 쓰던 시절이었다. 내 뒤엣줄 두 줄의 친구들은 나를 괴롭혀가며 그 노래들을 따라부르는

멋을 부리고 싶어했다. "야! 아무개. 이거를 우리말로 소리나는대로 적어줘. 알았어?" 그런 식으로 거친 표현을 했지만

그걸 불쾌하게 받아들이지않던 내 태도역시, 마음이 넓은 친구, 쿨한 친구가 되고싶은 대응이었다. 난 웬지 그 애들이

정감있고 친하고 싶었던 기억이다. 빙 둘러서 지켜보는데서, 열심히 적다가, 수업이 시작되었는데도 몰래 쓰던 내가 지적을 당하고, 꾸중을 크게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나가시자, 걔네들이 몰려와서 나를 들여다보며 걱정하던 모습이

왜 그리도 우스웠던지 그야말로 여고시절의 추억 한 컷!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교무실로 불려갔는데, 나를 부른 분은 우리와 상관이없는 선생님이었다. 그 전 학년에서 배운것 밖에 전혀 상관없는 분이라 얼떨떨해서 서있는 내게 "야! 너는 왜 그런 건달들하고 놀아? 얌전하고 모범생이면서!" 건달이라는 표현에, 내가 대뜸 얼굴이 빨개져 화를 내며 반응했고, 내소리가 컸던지 교무실이 잠깐 조용해져버렸기에, 나는 주고받은 대화와, 내가 그렇게 용감했구나 하는 기억은 너무나 뚜렷하게 지니게 되었고, 돌아온 나를 둘러싸고 애들이 물어대는데다가 나는 그대로 자세히 말해주며 마구 웃었다. 역시 쿨

한척 허세였던것 같다. 몇명은 이반, 저반으로 전파를 했는지 다른반 애들까지 와서 들여다보며 "아무개! 너 정말 괜챦니?"였다. 애들이 단체로 나를 염려하고 확인하려는 이유도, 짐작을 하니까 나는 더욱 더 괜챦아야했지만, 그 선생님한테

화가 나서 내가슴은 쉽게 가라앉지 못했다. 내가 감히 말대꾸한 반응은! " 우리들 수업도 안들어오는 선생님이 왜 상관하세요? 걔네들이 왜 건달이얘요? 그러구 저는 걔네들이 진짜 좋거든요?" 잠깐 교무실안이 조용해졌던 것은 워낙이 내가

"잘 쓰러지는 애!" 로 얼굴이 알려졌던 탓이었던것 같았다. 체육시간이면, "아무개 너는 잔듸에 앉아있어." 내가 심장이

약해서 시골로 휴양까지 다녀온걸 모든 선생님들이 알고 계셨으니까! 어느 선생님이 "너는 이름만 불러도 홍당무가 되고

심장이 뛰냐? 무서워서 부르지도 못하겠구나?" 그렇게 나는 연약해서 유명했었고, 내 본심은, 사실은, 아주 강하고 당돌한 학생이었는데 몇명 친한 애들 외에는 그걸 몰라서 그렇게들 궁금하고 걱정도 해주던 우정? 이 나이가 되어 삶을 뒤돌아보면서 더욱 가슴에 파고드는 것은, 그렇게 당돌하고 건달들과 놀고싶고, 그런 감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순수한 것이었던가? 이리저리 적절하게 피하거나, 상처받고 쉽게 다스리지 못하는 이 모든것들이, 이미 순수함을 잃어버렸고, 너무 멀리 와 버린 지점이구나, 되돌아갈 수 없는 세월이고 감성이구나 하는 쓸쓸함의 그 큰자리! 3일째 다 못하고 탈이나서 누워버린 오늘은, 지금 내 곁에 흝어져있는 내 작업의 도구와 씰크 원단들이, 이즈음의 내 일상이 특별하게 혼란스럽고 허전했음을 알게 해주는데, 손을 놓는데 한달쯤 걸렸고, 내일은 정리를 끝내고, 미련도, 욕심도, 그 성취감의 환상같은것에서 나를 이끌어내자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오늘 이 밤은 유난히 가라앉고 그 옛날이 그리운것 같다. 아무도 이만큼의 상실감! 건강에 밀려 포기해야하는 이 허전함을 알지못하리라. 누구에게 물려줄 사람도 찾지못하는 저 비단들은 아무도 그 필요성과 가치를 가늠하지 못할텐데, 나는 며칠동안 끌어안고 종류별로, 또 단정하게,이쁘게 담고 햇살을, 전등빛까지 차단해야 한다고 덮고 또 덮던 마음? 결국 끝내지 못하고 누워버린것은, 허리때문이라기보다 마음이 너무 휭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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