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섬 하나 숨기지 않은 생이 어디 있으랴. 그 섬으로 건네다 줄 나룻배 기다리다 시들고 또 시들어도 또 그 물가에 다시 길게 목 빼고 서서 기다리지 않은 생은 또 어디 있으리. 한 뿌리에 한 뼘 두 뿌리에 두 뼘 세 뿌리에 세 뼘 한세월 기다려도 오지 않는 나룻배는 그만 잊어버리고 한 세상씩 살면서 뿌리로 진흙 긁어모아 한 뼘씩 다음 생의 나루터 더 넓히며 살면 된다. 그렇게 몸으로 징검다리 만들면 된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생엔가는 그 숨은 섬, 발밑에 있을지도 모르니, 섬도 그렇게 몸으로 징검다리 만들며 수많은 생을 살아왔을 것이니 그때 수고했노라고 등 토닥토닥 두드려주면 된다. 부등켜안고 꺽꺽 마른 갈대 울음, 맘껏 울어도 된다. 건너편 섬도, 이편 나루터도 다 갈대가 만든 것을. --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