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나무 그늘 짙어 꽃 그림자 옅어질 때
좋은 대자리 평상 펴니 누각 앞이 훤해요.
흰 모시 적삼 땀 맺혀 구슬 같고
비단부채 바람결이 비단장막 흔드네요.
빨간 석류꽃 구슬계단에 피고 지고
햇살은 처마 끝에서 발 그늘을 비추어요.
무늬 새긴 대들보 긴 낮에 제비도 쉬는데
약초밭 울타리엔 사람 없고 벌만 윙윙
수놓던 아가씨 싫증 나서 졸다 보면
머리 꽂은 봉황비녀 비단방석에 떨어져요.
이마 위 화장한 곳 잠잔 자국 분명한데
꾀꼬리 울음소리가 강남 꿈 깨웠어요.
남쪽 연못에서 여자 친구와 목란배 타고
연꽃 무성한 나루터로 돌아가요.
천천히 노 저으며 채릉곡 부르니
정다운 갈매기 짝 놀라서 날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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