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숨찬 하루

이슬과 노을 2023. 2. 11. 00:38

어제는 "이쁜 그녀"에게 무심코 한마디 물었다가, 너무도 미안하고 미안해서

도망치듯 돌아와 우울하고 속상해서 잠을 설쳤다. 그토록 뼈아프게 힘든 장사

를 하는 그녀에게 "일요일은 쉬니까 무조건 푹 쉬어야 겠죠?" 내가 쉬라고 

해서 쉬는것도 아닌데, 왜 공연히 그말을 해가지고서는, 그녀가 울게 만들고

말았다는 게, 내 자신이 용서가 안되고 후회스러웠다. 길바닥에서 왼종일 

장사를 해야하는 생활! 게다가 철없는 젊은주부들이 떼를 쓰면 그대로 다 

해주느라  쩔쩔매는 손은 자꾸 뒤로 감춘다. 소쿠리에 갓 캐온 더덕을 내놓으면

깨끗이 다늠어놓으면 사가겠다고 하니까 오기전에 빨리 다듬어야 한다니...

너무 착해서인가? 5000원어치에 그렇게 몸을 아끼지 않는, 그게 장사니까?

내가 우울한것은, 세상인심이 너무나 맵고 고약하다는것을 느꺄야만 하다는것!

그녀도 감정이 있고, 속상하고 서글프고 그럴텐데 그냥 자꾸 웃기만 한다.

또한! 솟구치는 눈물을 내게 들키며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이" 참으로 이쁜

그녀" 라고 이름 붙여주고 친구가 되어간다. 바람막이 그 박스안에 나를 앉혀

주며 " 그래도 바람이 좀 덜하지요?" 나도 같이 웃어준다.

오늘은! 나야말로 내 몸을 혹사시키며 숨차게 미싱일로 하루를 보냈다. 지난밤

잠을 설치며 생각했던 대로,  왼종일 양단속에 파묻혀 재단하고, 화려한 색상

으로 이쁜 무릎덮개를 두장 만들면서 내일이면 완성되겠지? 하며 허리를 두드

리는 마음, 이런것이 성취감, 열공, 마음다스리기 라고 여겨본다. 나는 타고나길

이쁘고 고운 원단에 전율하며 매만지는 병(?)을 지니고 있나보다. 이리도 곱고

이리도 매끄럽고, 이런 양단으로 무릎덮개를 해보면서 두 여인을 생각한다.

내 남편을! 스승이라며 정말로 예쁜 정성으로 모시다가, 혼자가 된 내게 또한

그러하던 그녀들에게 내 작품들을 자꾸만 챙기며 만날날을 기다린다. 아마도

꼭 한번의 만남이 되리라 싶어서 애장품을 아낌없이 자꾸만 주고싶어진다.

모두가 한땀한땀 꿰맨 손바느질의 대형조각보로부터 명주목도리, 소품들까지

차곡차곡 챙기면서 주고싶은 마음이 행복함을 느낀다. 불쑥 떠오른 영감! 곱고

매끄러운 양단으로 무릎덮개로 쓰라고 하면 마음에 들어할까? 내 결혼식부터

시작해서 지금껏 이어온 인연. 그녀는 스승의 결혼식에 와서 그 스승의 신부인

나에게 너무나 살갑게 대해주고 애교또한 귀엽다. "난 "언니"라고 할꺼얘요.

사모님이라고 하기 싫어요" 내게, 가장 사랑스럽고 고마웠던 남편의 제자를

불러놓고 날씨가 풀리기만 기다리는 내마음에 아주 크게 자리잡고 있음을

느끼는건, 내 몸처럼 내 마음도 많이 아파서 그러한걸까? 완쾌된다거나 호전

되거나 그럴일도 없지만 너무 많이 외로운 탓일까? 거실에 잔뜩 벌려놓고 

디자인도 특별하게, 조각도 더 많게 고민하면서 14년만에 꺼내어서 가슴떨리게

긴장했는데 미싱이 작동해준것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감사하며 살자.   "풀이 눕는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어느 싯귀절!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주값?  (0) 2023.02.23
모르기만 하다가....  (1) 2023.02.19
"ㄱ"자 바람막이  (0) 2023.02.09
세상 속으로....  (0) 2023.02.01
존경...  (0) 2023.01.30